[떠난 이의 향기] 정용택 전 경남은행 사외이사

정용택 전 경남은행 사외이사가 지난 1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5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해 6월부터 식도암으로 투병해 끈질기게 병마와 싸웠지만 끝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빈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동 마산연세병원 장례식장 201호(055-240-7444)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8시 30분이며 장지는 창원시립마산화장장이다.

고인은 1956년 부산 영도 청학동에서 태어났다. 초등학생 때 마산으로 와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성장했다. 착하고 영리한 아이였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다부진 면도 있었다.

고인의 사촌형인 정용석 씨는 "공부도 잘하고 마음도 넓은 아이였지만, 뭐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못 지나가는 성격이었다"며 "커서도 그 성격이 바뀌지 않더라"고 말했다.

1975년 마산상업고등학교(현 용마고)를 졸업했다. 1984년 경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91년 경남대 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고인은 러시아로 유학을 가 1997년 국무아카데미 경제학 박사 과정을 마친다. 이곳에서 쌓은 지식과 고민은 이후 고인의 지역활동에서 조금씩 드러난다.

경남대 경제학 전공 러시아서 박사 학위…귀국 후 지역사회 부조리 바로잡기 열성

   
 
부인 서은향 씨는 "유학을 다녀온 이후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부조리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했다"며 "항상 그런 부조리를 바른 방향으로 바꾸고자 애썼고 가족들도 지지했다"고 말했다.

1998년 한·러 기술협력센터 대표를 지낸 고인은 1999년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을 맡아 왕성한 기고 활동을 펼친다. 특히 2000년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창립회원으로 참여해 경제개혁위원장을 맡으며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목소리를 낸다.

조유묵 마·창·진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책상에서 연구만 하지 않고 항상 정력적으로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대안을 찾았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뭐든 빙빙 돌리지 않는 직설적인 성격이었던 한편 정이 많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했다"고 말했다.

활발한 사회 활동은 정치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고인은 2002년 국민개혁당 마산합포지구당을 조직해 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2004년 총선에 나설 준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뿌리깊은 잘못된 선거 관행을 비판하며 불출마를 선언한다. 이후 2004년 청와대 동북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고, 경남대 경제무역학부 강의전담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 2006년부터 2년 동안 경남은행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결단력 있고 직선적인 성격은 안팎 구분이 없었다. 고인은 항상 깊게 생각해서 나온 정의로운 방향을 따르고자 애썼다.

고인의 부인은 "가족에게 항상 깊게 생각하고 정의롭게 살 것을 주문했다"며 "자상하면서 엄한 아버지였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멋진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2남 2녀의 장남으로서 책임감도 강했다. 항상 가족에게 무엇인가 이뤄가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던 삼촌을 조카 정승현 씨는 이렇게 기억한다.

"뭔가 야망이 있고 스케일이 컸던 분이었어요. 언제 무엇을 하든 눈에 띄는 분이셨고요. 끝까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도 않으셨지요."

시민운동·정치·강의·언론 등 왕성한 활동…한국중공업 민영화 중재 참여 뿌듯해 해

고인은 식도암 판정을 받고 4개월 동안 친척조차 알지 못하게 주변 입단속을 시켰다. 회복 의지가 워낙 강했고 움직일 기력만 되면 당장 다음날이라도 병원을 나설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숨을 거두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했다.

"아까워요. 우리 가족 처지에서만 아까운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봐도 아까워요. 언제 어느 자리에서든 남들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아요."

부인 서은향 씨는 터져 나오는 아쉬움을 한숨으로 억눌렀다. 지역사회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고인이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뭘까. 서 씨는 고인이 한국중공업 민영화 과정에서 중재위원으로 참여해 역할을 했던 것에 대해 가끔 뿌듯하게 말하곤 했다고 돌이켰다.

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항상 진지한 시선으로 고민했다"며 "그러한 고민을 논리적·학술적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서 상주는 고인의 동생인 정용백(삼성조선소 설계팀장) 씨였다. 고인의 가족으로는 부인 서은향 씨와 딸 초원·서빈 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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