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 탓에 올 봄엔 보기드문 쑥
직접 캐 요리하신 어머니 정성 생각

올해는 쑥이 귀하다. 날이 가물고 유독 추웠던 날씨 탓으로 하우스에서 자란 쑥을 제외하고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맘때쯤이면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쑥 캐는 아낙들의 모습도 아직은 보기 어렵다.

어머니는 매년 쑥을 캐러 다니셨다. "이른 봄 쑥을 캐 삶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국도 끓이고 떡도 해먹고 1년은 거뜬히 난다" 라며 좀처럼 몸을 쉬지 않으셨다.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는 말도 있는데, 아직 바람은 차서 손이 시릴 텐데, 인적 없는 곳은 위험할 텐데…." 사먹어도 될 것을 굳이 나가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에 좋은 소리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캐온 쑥으로 쑥국도 끓여주시고, 쑥개떡도 해주시면 잘도 먹었다.

쑥.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쑥국에서는 봄 냄새가 났다. 들깻가루가 양껏 들어간 쑥국을 먹으면 기운이 났다.

캐 온 쑥은 밑동을 잘라 소금물에 씻어 1회 먹을 분량씩 팩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셨다.

잘 달궈진 냄비에 참기름을 넣고 바지락을 달달 볶다가 물을 붓고 된장을 풀고 쑥을 넣고 들깻가루를 풀어서 한 그릇 주시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든든했다.

쑥 향기가 고스란히 담긴 쑥이 들어간 된장국도 봄마다 식탁에 자주 올라오던 메뉴였다.

방앗간에서 직접 쌀을 빻아 해오셨던 쑥개떡도 아침 대용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거칠면서도 차진 맛이 쑥의 쌉싸래함과 어우러져 입맛 없는 아침에도 배불리 먹었다.

쑥은 간 기능을 활성화하는 영양소,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간장 보호와 숙취 제거에 도움을 준단다. 쑥이 몸속의 탁한 피를 걸러 노폐물을 제거하고, 부족한 피를 보충해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해주기 때문이란다. 특히 쑥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부인병 예방에도 효험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자고 일어나 입맛이 없다고 아침이라도 거를라치면 "쑥은 여자에게 좋다"라며 "한 그릇 다 먹기 전엔 출근 못 한다"고 으름장을 놓으셨다.

어릴 때부터 코피가 자주 났는데 좀처럼 멎지 않으면 어머니는 쑥으로 지혈해 주셨다. 실제 쑥은 지혈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상비약으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코피 지혈뿐만 아니라 잇몸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도 쑥 우린 물이 효과가 좋단다.

이렇게 몸에 좋으니 어머니는 힘든 수고를 마다치 않으셨나 보다.

얼마 전 "대보름 전에 쑥을 세 번 먹어야 한 해를 건강하게 난다는데 우리도 먹고 너희한테도 보내려고 이리저리 다녀봤는데 쑥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걱정 담긴 전화를 하셨다.

어머니는 시집을 보내고도 자식들 먹을거리 걱정에 여전히 바쁘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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