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졸업시즌에 즈음하여

졸업 시즌이다. 졸업 시즌이 되면 제자들이나 후배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취업과 진로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진다. 청년실업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예술계열 졸업자들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음대 졸업생들의 진로는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등을 통해 학업을 계속하거나, 시립예술단(오케스트라·합창단) 등의 연주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중·고등학교 음악교사가 되는 경우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앞의 세가지 경우는 음대 졸업생 전체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시립예술단의 인원은 한정되어있고, 해마다 보강하는 단원의 수도 매우 제한적이다. 음악교사 발령을 받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등은 여유만 있다면 비교적 쉽게 선택할 수 있지만 현실은 진로결정의 유보일 뿐 학업을 마친 후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오히려 대다수의 음대 졸업생들이 레슨이나 학원 강사를 통해 자신의 음악활동을 계속해 나간다. 그러나 그 수입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직업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대학에서 작곡이나 이론을 전공하는 학생들 가운데에는 음악 행정가가 되기 위하여 예술경영을 공부하거나, 방송 음악과 예술관련(음악 전문) 기자가 되고자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대중화된 컴퓨터 관련 음악에 관심이 많아 일찌감치 그 분야를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는 경우도 있다. 확실히 이전에 비해 음대 졸업생들이 생각하는 진로 선택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실감나게 하는 일들이다.

그러나 음대 졸업생들이 진로 선택에 대한 사고를 넓히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해서 꼭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것은 아니다. 그 분야에서는 음악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거기에 필요한 또 다른 전문적 능력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장 큰 문제는 음악대학 졸업생들에게 음악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음악전반에 대한 고른 지식보다는 자기 전공분야에 대한 부분적인 지식만을 갖춘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음악대학들의 가장 큰 교육 목적이 연주자를 길러내는데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 음악대학들은 매년 수천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음대 졸업생들 중 독주자로 활동할 수 있는 탁월한 연주자 몇몇과 악단이나 합창단 등에서 활동할 수 있는 소수 연주자를 키우는 교육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음악 전공자들은 무엇을 해야하는가?

   
 
대체로 음악전공자들은 일반적으로 타 전공자들에 비해 어릴 때부터 음악 전공을 목표로 공부해왔다. 그런데도 이들은 학업이 끝난 후에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기반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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