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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을 들기 전] 구제역보다 민심 '하'

대한제국시절 가축전염병 국고지출구제역 살처분 이전에 예방했어야

김용복 교수 webmaster@idomin.com 2011년 02월 16일 수요일

조선시대에 구제역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소의 재앙이라는 전염병이 돌아 소가 몰사하여 쇠고기 품귀 현상이 일어났던 적이 종종 있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 보면, 중종 21년(1526년)에 함경도 관찰사 한효원(韓效元)이 함경북도 경성(鏡城)에서 돌림병이 돌아 소 등 가축 또한 병들어 죽었다고 보고했다. 중종 36년(1541년)에는 여러 재상이 "보통 때 관찰사의 보고서에 '전염병이 돌아 소가 죽는다'는 내용이 있는데, 들리는 말로는 민간에서 소가 죽었다고 관청에 보고하면 관청에서 소의 힘줄을 요구하기 때문에 보고하는 자가 적고 보고해도 보고서에 쓰는 것은 겨우 5분의 1정도라고 한다"고 왕에게 아뢴다는 내용이 나온다.

인조 15년(1637년), 16년(1638년) 두 해에 소 전염병이 너무 심해, 성균관에서 공자에게 올리는 봄, 가을의 제사, 곧 석전조차 제물로 소 대신 돼지를 쓰게 했으며, 현종 5년(1664년)에는 함경도에 병으로 죽은 소와 말이 50여 마리였다고 적고 있으며, 현종 11년(1670년) 전국의 소가 거의 다 죽어 사람이 대신 쟁기를 끌었다고 한다.

<고종실록>에 따르면 고종 11년(1874년)에는 전라감사(全羅監司) 조성교(趙性敎)가 제주목(濟州牧)에 소 전염병이 돌아 소가 죽기 때문에 제향(祭享)에 진상하는 소를 원래 수효대로 채울 수 없다고 보고한다.

이렇듯 조선시대에도 가축 전염병이 돌았다는 기록이 종종 눈에 띈다.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엄청난 일들이 지금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 27일까지 구제역으로 인한 살 처분은 전국적으로 소의 전체 사육두수 372만 5219마리의 3.9%인 14만 5680마리, 돼지 전체 사육두수 991만 9519마리의 27.4%인 271만 7103마리에 달한다.

한편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살 처분 대상도 오리 272만 1562마리, 닭 264만 3743마리, 기타 11만 6068마리에 달하고 있다. 살 처분 보상금만 무려 2조 2871억 원이 넘어서고 있다. 엄청난 예산이 살 처분 예산으로 나갔다.

대한제국 시절에도 순종 1년(1908년)에 탁지부(度支部)의 건의에 따라 '가축전염병 예방비 2045원'을 예비금 가운데서 지출할 것을 재가한다는 기록이 보인다.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국고를 지출했던 것이다.

국고 사용의 당위성을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살 처분 보상금 반만 백신개발 및 동물의 질병 예방·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에 미리 투자했어도 구제역으로 인해 국내 축산기반이 무너지는 사태를 막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사임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이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이런 재앙에 가까운 사태를 정치인들은 정쟁에 이용해서도 안 되고, 국론 분열을 야기시켜서도 안 된다.

   
 
얼마 있으면 4·27 보궐선거가 있을 것이고 구제역에서 예외가 아닌 경남 김해지역도 분명 정치선거판의 화두가 될 것이다.

만약 정치인들이 가축 전염병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올려놓는다면 그들은 구제역 바이러스(Aphtae epizooticae)보다 더 무서운 민심의 질타를 받을 것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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