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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장에 더위 이겨내는 '진채' 한가득

부산스러운 명서시장 풍경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1년 02월 16일 수요일

때아닌 폭설로 사람도 자연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오는 17일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대목 장사에 들떠야 할 재래시장이 궁금했다.

전날 온 눈 때문에 코끝 바람은 매서웠지만 햇살은 따사롭던 15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명서시장을 찾았다.

"할머니, 나물들이 많네요. 이거 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겁니까?"

오전 9시30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는 한 할머니는 "취나물, 피마자, 호박고지, 고구마 줄기, 고사리, 도라지다 아이가. 겨우내 다 내가 직접 찌고 말리고 해서 갖고 나왔다. 진채를 먹어야 올여름 거뜬히 나제."

진채는 묵은 나물이다. 가을이 되면 고사리·고비·도라지·시래기·고구마순·호박고지·박고지·말린 가지·말린 버섯 등 적어도 9가지 나물들을 손질해서 겨울 동안 잘 말렸다가 대보름 날 나물들을 삶아서 기름에 볶아 먹었다고 한다. 실제 묵은 나물로 반찬을 해먹는 풍습은 겨울 동안 도망갔던 입맛을 되살리도록 만들어진 풍습이다. 이 진채식을 먹으면 올여름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하니 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호박고지와 피마자를 집어들었다. 두 주먹 정도 되는 것이 각각 3000원씩이다.

시장서 취나물·피마자 등 팔아…오곡 가격 작년보다 두 배 올라

   
 
  창원시 의창구 명서시장에 진열된 나물들.  

"이 나물들은 어떻게 요리해야 맛있습니까?"

"피마자는 요때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나물 아이가. 폐의 기운을 도와주고 천식에도 좋다. 요새 먹으모 맛도 좋고 몸에도 딱 좋은기라. 구수하고 달다. 그런데 볶으면 질겨지니까 살짝 데쳐서 조선간장 넣고 마늘· 깨소금 넣고 들깻가루를 넣어서 조물조물해야제. 나물 양념이 뭐 별거 있나. 참기름, 깨소금, 다진 마늘이 다제. 그런데 대보름에 먹는 나물에는 들깻가루를 많이 넣으모 고소하다. 갈아서 넣어도 좋고 물에 개서 넣어도 좋고. 호박고지도 마찬가지인기라. 갖은 양념 넣고 들깻가루를 많이 넣으모 고소하다."

할머니가 취나물을 권한다.

"취나물은 안 사가나? 취나물 볶고 김을 구워서 취나물과 김으로 오곡밥 싸 먹어야지. 그래야, 부자로 산다. 취나물도 사라. 내 많이 줄게."

부자로 산다는 말에 취나물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방앗간들은 쌀·보리·조·콩·기장 등 오곡을 소포장해 가게 앞에서 팔고 있다. 오곡을 내놓은 노점상들도 눈에 띈다.

   
 
  창원시 의창구 명서시장에서 주부들이 소포장된 잡곡을 고르고 있다.  
"오곡들을 왜 이리 조금씩 포장해 놨습니까?

"작년보다 가격이 두 배는 올랐어요. 사람들이 비싸서 딱 보름날 먹을 것만 사가서 미리 이렇게 조금씩 포장해서 팔죠. 옛날에는 세 집 이상 것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다고 해서 집집이 서로 나눠 먹기도 했다는데 날씨가 가물어서 잡곡들 가격이 많이 올라 많이 씩 팔지도 못하겠네요."

오히려 파는 사람이 미안해하는 눈치다.

시장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은 호두와 밤, 잣, 밤 등 부럼이다. 건어물 가게도 과일 가게도 한 귀퉁이에 부럼들을 3000∼5000원씩 묶어 팔고 있다. 부럼을 깨물면 일 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이가 튼튼해진다.

의창구 명서시장은 창원에서 가장 큰 상설시장이다. 명서종합상가 뒤편으로 시장이 500여m에 이른다. 지난 2008년 2∼10월 사업비 총 39억 원을 들여 아케이드 건설 공사를 통해 각종 간판을 정비하고 전기, 소방, 통신, 조명, 바닥, 하수구 등 현대화 시설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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