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변하고 겨울잠 자는 젖먹이동물 중 특이한 삶
◇너는 본래 기는 즘생 = "너는 본래 기는 즘생/ 무엇이 싫어서/ 땅과 낮을 피하야/ 음습한 폐가(廢家)의 지붕 밑에 숨어/ 파리한 환상과 괴몽(怪夢)에/ 몸을 야위고/ 날개를 길러/ 저 달빛 푸른 밤 몰래 나와서/ 호올로 서러운 춤을 추려느뇨."
유치환 시인의 '박쥐'라는 시다. 이 시에서 '본래 기는 즘생'이라는 표현이 무척 눈길을 끈다. 유치환 시인은 왜 박쥐를 '기는 즘생'이라 표현했을까? 실제 박쥐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간사한 인간을 떠올리게 된다.
◇박쥐의 조상은 누구일까? = '새와 쥐의 중간동물'인 박쥐에 대한 최근의 분류법에 따르면, 곡물이나 열매를 먹는 생쥐(설치류)와는 달리 대부분의 박쥐들은 곤충을 잡아먹는 동물이므로 오히려 고슴도치나 두더지, 땃쥐 같은 식충류(食蟲類)와 가깝다고 본다.
박쥐처럼 곤충을 잡아먹는 무리의 조상은 지금부터 70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말부터 나타났는데, 이 시기 초기에 곤충을 먹는 식충류 무리의 대부분은 땅 위 생활, 땅 속 생활, 나무 위 생활을 하는 종류로 나뉘게 되었다. 그중 나무 위 생활을 한 식충류인 튜파이아(Tupaia)가 박쥐의 조상으로 추정되며, 새로운 먹이를 잡기 위해 날개막, 꼬리막이 발달된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화석이 없어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박쥐도 겨울잠을 잘까? = 보통의 젖먹이동물은 사람처럼 몸의 온도가 일정한 항온 동물이지만 박쥐는 이와 다르게 계절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이온(異溫)동물이다.
아마도 박쥐의 먹이인 곤충이 겨울잠을 자니까 먹이가 없는 겨울에는 박쥐도 같이 겨울잠을 잘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박쥐는 스스로 자신의 체온을 낮추어 아주 적은 양의 에너지만을 가지고 겨울을 보내게 되었으리라 추정된다. 이즈음 동굴 속에는 천장에 매달려 깊은 잠에 빠진 박쥐를 발견할 수 있는데, 4월초가 되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