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지금 주남저수지는 비상 상황입니다

주남저수지는 2008년 람사르총회 중 대표적인 현장 답사 코스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주남저수지에서 재두루미 5마리가 기아 상태에서 발견되어 결국 한 마리는 죽었다는 소식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람사르총회 개막식에서 "앞으로 한국이 람사르 모범국가가 되겠다"는 결의를 밝혀 세계인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 장면과 연설 내용은 람사르 당사국총회 홈페이지에 사진과 함께 집중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람사르총회 개최 지역의 습지인 주남저수지를 찾은 세계적 멸종위기종 재두루미가 기아에 허덕이고 아사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한국은 국제적 조롱을 면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멸종위기종 재두루미 5마리가 기아상태에서 한 마리가 죽은 일은 그냥 넘겨버리고 말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고 발생 일주일을 넘기고 있지만 재두루미 기아·아사에 대한 해명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인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 120여 마리가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 인근 논에서 겨울을 지내고 있다. 지난달 19일 재두루미들이 힘찬 날갯짓으로 들녘을 날아 다니며 장관을 연출했다. /경남도민일보DB

국제 멸종위기종 재두루미가 주남저수지에서 왜 굶어야 했는지 시민들은 궁금할 것입니다. 올해 추위는 맹렬했습니다. 낙동강도 얼었고 주남저수지도 어김없이 얼었습니다. 주남저수지가 철새도래지로서 갖는 큰 장점은 바람을 막아주는 저수지 안의 갈대밭, 따뜻하여 잘 얼지 않는 저수지, 새들의 먹이터가 되는 저수지 주변의 넓은 농경지 등으로 새들이 휴식을 하고 먹이 활동을 하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낙동강도 얼고 주남저수지도 얼었습니다. 물과 땅이 얼어붙어 새들이 먹이먹기에 매우 어려운 조건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얼어붙은 날씨가 재두루미의 기아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올 겨울 주남저수지를 찾은 재두루미는 예년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주남저수지의 재두루미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낙동강 하구, 우포늪을 오가며 월동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본격화된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이 공사판으로 변하면서 재두루미는 낙동강으로부터 내륙으로 쑥 들어와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남저수지에 몰렸습니다. 이 때문에 주남저수지에 먹이부족 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습니다.

주남저수지 상황이 이러한 마당에 낙동강변 밀양 하남에 국제신공항이 들어선다면 이는 주남저수지를 찾는 재두루미뿐 아니라 대부분 철새들의 도래지로서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 것입니다. 주남저수지는 멸종위기종과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주남저수지가 가지는 장점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동남권 신공항을 경남도와 밀양시가 밀양 하남에 유치하겠다며 부산과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밀양 하남은 낙동강변에 위치하는 지역으로 주남저수지와 이격 거리는 직선으로 4.2km에 불과하고 낙동강은 동아시아와 호주간 중요한 철새 이동 경로로 밝혀져 있습니다. 따라서 밀양 하남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주남저수지를 철새도래지로서 보존하지 않겠다는 정책입니다.

공항은 최소 주변 6km 반경 내에는 장애 요인이 없어야 하며 철새서식지는 매우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꼽힙니다. 그래서 공항에는 공식 조류퇴치반이 조직되어 있고 주변에 철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근원지인 습지는 모두 없애버립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주남저수지가 철새도래지로서 보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공항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주남저수지를 보전하겠다고 하겠지만 공항이 들어서고 나면 비행의 안전을 위하여 주남저수지에 도래하는 철새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입니다. 주남저수지는 공항의 조류 퇴치 작전, 비행기와의 충돌, 비행기의 소음으로 매우 불안한 지역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환경 변화에 민감한 몸집이 큰 고니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종들은 주남저수지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중간 기착지로 삼아 일본으로 가는 두루미류, 호주로 가는 도요물떼새들은 한국의 낙동강이 주요 이동통로이기 때문에 밀양 하남의 공항 건설 계획은 철새와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곧 밀양 하남 공항은 철새들의 무덤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남저수지의 중요한 먹이터인 대산들녘은 밀양 하남공항 소음으로 더이상 재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들에게 안전한 먹이터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주남저수지는 철새도래지로서 비상상황입니다.

/임희자(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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