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김해시 이동 '칠산고가' 윤종식 대표

"좋은 밥집의 개념은 수고입니다."

손님의 한 끼 식사를 위해 번거로움도, 수고도 당연하다고 말하는 식당 주인이 있다.

화학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고 간장은 3번 달여 한 달간 숙성하고 여기에 16가지 약재를 넣어 만든 것만 고집한다. 소금은 독에 담아 간수를 뺀 3년 이상 된 천일염만 사용한다.

김해시 이동에 있는 '칠산고가' 윤종식 대표. 윤 대표의 음식 철학은 거침이 없다.

"가치 있는 밥상은 몸에 좋은 밥상입니다. 한국사람은 밥이 보약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밥이 맛있어야 하고요. 모든 국이나 찌개, 반찬은 밥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유기농 쌀·직접 담근 멸치젓갈·3년 된 천일염 등으로 맛 내

칠산고가 윤종식 대표가 음식점 안마당에 솔잎·매실·유자 등을 발효하는 통을 늘어놓았다. 발효된 효소액은 음식 맛을 돋우는데 사용된다.
이를 위해 상에 차려 나오는 김치는 직접 담근 멸치젓갈로 맛을 내고 쌀은 유기농 국내산만을 고집한다. 맛있는 밥을 만들고자 윤 대표가 직접 옹기 솥을 개발했다.

2∼3명이 먹음직한 크기의 옹기로 만든 솥에는 적당한 압력으로 밥맛을 돋우려고 이중 뚜껑을 올려놨다. 손님이 주문하면 그때그때 옹기 솥에 불을 지핀다.

밥이 차지게 지어지기까지 손님은 적어도 15분은 기다리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막 지은 밥이 맛나지 않습니까? 밥을 미리 해두고 각각 담아 보온으로 해놓은 밥이 무슨 맛이 있겠어요? 그때그때 직접 우리 식으로 지어야 제 맛이죠."

바른 먹을거리에 관심을 둬 20여 년 전 한살림 창립회원으로도 활동한 윤 대표는 '착한 밥상, 정직한 밥상을 만들어보자!'라는 뜻에서 5년 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자는 것입니다. 소금만 해도 그래요. 불순물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정제해 염화나트륨을 99% 이상 올린 정제염이나 제제염이 아닌 나트륨뿐만 아니라 마그네슘, 칼슘, 칼륨, 인, 셀레늄, 망간, 아연 등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으로 소박하지만 몸이 회복될 수 있는 음식을 먹자는 거죠."

그 때문에 윤 대표는 주방장을 초빙하는 면접에서 나물 요리를 해보라고 주문한다. 이는 간을 맞출 때 소금은 어떤 소금을 쓰는지,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인식과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한살림 창립회원·바른 먹을거리 관심…발효음식도  개발해

최근에는 발효 음식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한국임 김해발효음식연구원 원장과 손을 잡았다. 김해에서 제대로 된 발효 음식 연구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지금 칠산고가 안마당에는 솔잎·매실·유자·포도·사과·오미자·바나나·양파·민들레 등 붉고, 푸르고, 노란 효소액들이 크고 작은 통에서 발효되고 있다. 이들 효소액은 나물을 무칠 때도, 샐러드에도, 조림에도 맛을 돋운다.

윤 대표의 음식 철학이 알려지면서 언론에서도 그를 많이 찾았다. 하지만, 그는 전혀 귀찮지 않다. 자신의 소박한 밥상을 통해 주변의 식당들도 변화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쉽고 간단하게 한 끼 '때우는', 순식간에 맛을 내는 화학조미료에 익숙하다면 낯설어 할 수도 있겠다.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있는 투박하면서도 솔직한 밥상에다 감사한 마음마저 더해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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