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쇠고기 즐겨 먹던 민족120여 부위로 세분화해서 요리

1970년 1.2㎏이었던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이 지난해(2010년)는 8.1㎏으로 7배나 늘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비량도 각각 17.8㎏에서 19.1㎏, 7.5㎏에서 9.6㎏으로 증가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40여 년 동안 서서히 '육식화'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통계다.

그러나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 그 이전부터 우리는 쇠고기를 맛있게 즐겨 먹었던 민족임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서는 고기 굽는 정도를 고기 조각(보통 쇠고기)을 4∼5cm로 두껍게 썰어 석쇠나 프라이팬에 구운 것으로 레어(rare), 미디엄(medium), 웰던(welldone), 미디엄 레어(medium rare), 미디엄 웰(medium well)등 다섯 가지로 분리하여 즐기고 있지만, 우리는 숯불의 강도 및 잿불의 두껍고 엷음, 불을 쬐는 거리, 석쇠의 뜨거운 정도에 따라 양, 외, 오, 태, 삼, 식, 홍, 단, 염, 설, 암, 달 등(명물기략 名物紀略)으로 나눠 고기를 구웠다.

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리트 미드(1901~1978) 여사는 "쇠고기를 부위별로 맛을 가려 먹는 고도의 미각문화를 지닌 민족은 한국과 동아프리카의 보디 족"이라고 했다.

육식을 즐기는 영국·프랑스·미국 사람들이 쇠고기를 35부위로 분류해 먹고 일본 사람은 쇠고기를 15부위로 나눠 먹고 있으나 아프리카 보디 족은 51부위로 분류해 먹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 두 배가 넘는 120여 부위로 세분화해서 요리를 해먹는다는 극찬을 했다.

쇠고기 맛도 즐길 줄 아는 민족이다. 서양에서 스테이크(steak)를 즐기는 사람은 구운 고기위로 핏물이 고인 레어(rare)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이 핏물은 고기에서 배어 나온 육즙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도 이 육즙의 맛을 알고 '맛나니'라는 이름을 붙여 조미용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고기를 매달아 놓고 파는 가게인 현방(懸房)이 한양에 많을 때는 48개, 적을 때는 22개였다.

한양 장안에 현방이 20곳이 넘었다는 것은, 쇠고기의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이 당시 소가 육식용이기보다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축으로 금살도감(禁殺都監)을 설치하고, 세 가지 금령이 있는바, 소나무의 벌채를 제한하는 송금(松禁), 술을 빚는 것을 금하는 주금(酒禁), 그리고 바로 소의 도살을 금하는 우금(牛禁)이 그것이었다. 조정은 이처럼 소의 도살을 막았지만, 그것이 성공한 적은 없었다.

법을 만들어, 어기는 사람을 처벌하기로 하였지만 고기를 먹고자 하는 욕망이 결코 식을 리 없었다.

   
 
돈 있고 권세 있는 양반들은 쇠고기를 즐겨 먹었고, 양반집 자제인 유생들의 반찬으로 쇠고기가 빠지지 않고 밥상에 올랐다.

쇠고기 먹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런 법이야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었던 것이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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