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33) 까치 까치 설날은

-작은 설은 아치 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라고 했는데 왜 섣달 그믐이 까치 설날일까? 음력 칠월 칠석 오작교에 까치와 까마귀가 나오지만 설날이나 섣달 그믐과 까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까치 설날은 작은설이라고 한다. 까치는 아치(작다)라는 뜻이고 바닷가에서 까치(아치) 조금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까치 까치 설날을 생태, 문화, 역사까지 다양하게 한 번 풀어보자.

-까치의 생태, 동네 골목대장

까치는 동네에 손님이 오면 멍멍이보다 먼저 운다. 높은 나무 위에 집을 지은 까치는 동네에 낯선 손님이 오면 귀신 같이 알고 짖기 시작한다. 반가운 손님은 언제 올까? 작은 설날 섣달 그믐날에 고향 찾아서 반가운 손님이 온다. 까치랑 멍멍이들이 막 난리가 난다. 설을 쇠러 오는 손님들이 온다고 섣달 그믐날을 까치 설날이라고 했을까? 까치 설날은 문학적 표현이고 시적 표현일까?

-윤극영의 회고

까치 등이 검어 섣달 그믐이다. 하얀 까치 배는 밝아 오는 설날이다. 새해 첫날은 우리 설이고 섣달 그믐은 까치설이다. 윤극영 선생의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라고 한다.

   
 
-문헌으로 풀어보는 까치 설날

<동국세시기>에는 설날 새벽에 가장 먼저 까치소리를 들으면 그 해에는 운수대통이라 하여 길조로 여겨 왔단다. <삼국유사>엔 신라 소지왕 때 역모가 있었는데 까치와 쥐, 돼지와 용의 도움으로 살아났다고 한다. 이때부터 쥐, 돼지, 용은 모두 12지에 드는 동물이라 그 날을 기념하지만 까치를 기념할 날이 없어 설 전날을 까치설이라 했다고 한다.

복과 반가운 손님을 가져다주는 길조로 여기는 까치를 형상화한 우리나라 우표. 맨 오른쪽은 '피카 피카'로 불리는 까치를 주제로 한 대만 우표.

-포크, 두루마리, 엿 그리고 까치

새해 연하장을 보면 꼭 학이나 까치 그림이 있다. 까치 두루미 호랑이가 나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시험치는 고3 수험생에게 잘 찍으라고 포크를 주는 것과 같다. 잘 풀라고 두루마리 휴지를 주고 철썩 붙으라고 엿이랑 찹살떡을 주는 것이다.

새해에 기쁜 소식을 알려달라고 까치를 그리고 장수하시라고 학을 그려 보낸 것이다. 새해에도 기쁜 소식 많으시고,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라는 말을 그림으로 보낸 것이다.

경기대 박물관 소장 <대호작도>.
-그림으로 풀어보는 까치(新年報喜)

'까치 + 표범 + 소나무'의 공식을 포크와 찹쌀떡처럼 이해하면 쉽다. 소나무는 새해(新年), 표범은 알림(報), 까치는 기쁨(喜)을 말한다. 까치 두 마리를 그리면 기쁨이 두 배 쌍희(囍)가 된다.

호작도는 "새해에 기쁜 소식을 알려준다"는 신년보희의 뜻을 전해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표범을 중국을 따라 그리다가 나중에는 그림처럼 반은 표범 점무늬이고 반은 호랑이 줄무늬를 그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엔 표범이 없고 표범은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에만 산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해방 전 거의 멸종이 돼버렸지만 사실은 우리나라에 호랑이보다 표범이 더 많았다.

-까치는 반가운 손님? 침략자?

신라 석탈해 탄생 설화에서 까치가 석탈해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래서 석탈해(昔脫解)는 까치 작(鵲)에서 새(鳥)를 빼고 석(昔)씨가 되었다. 가야 김수로가 500척의 배로 석탈해를 쫓아 냈다고 <가락국기>에 기록이 있다는 걸로 보면 석탈해는 외부 침입세력이다. 신라는 외부침입세력 석탈해를 쫓아내지 못하고 남해왕의 사위로 삼고 왕위까지 물려준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까치는 외부 침입세력을 상징한다. 힘센 외부 침입세력도 사위로 삼아 평화적 정권교체를 한 신라에게 까치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새라는 믿음을 강요(?)한다.

그래서 당나라도 까치고 힘 센 나라는 모두 까치였다. 일본도 까치고 미국도 까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계속 잡았다. 그게 최선일까?

/정대수(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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