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기자가 만난 사람] 조현용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KTX 구간, 남부내륙고속철도, 창원시 도시철도 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에 대한 기본계획은 어디에서 나올까? 모두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철도공단)은 옛 철도청의 건설 부문 인력과 옛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의 인력을 합쳐서 지난 2004년 새롭게 발족한 정부 산하기관이다. 철도공단은 철도 산업발전의 기본계획 수립, 철도시설 투자 확대, 철도시설 건설 관리, 외국 철도 건설, 역세권과 철도 연변 개발 등을 한다. 철도 시설 건설 후에는 한국철도공사로 넘겨 철도공사에서 시설들을 운영하게 한다.

함안 출신인 조현용(66)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지난 2002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부이사장으로 철도와 인연을 맺은 후 경부고속철도 1단계, 2단계 사업을 지휘했다. 그는 2004년 철도공단을 맡아 한국 철도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 주요 철도사업의 근간을 단시간에 체계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대전 철도공단에서 조 이사장을 만나 올해 공단의 주요 계획과 현안, 거취 등을 알아봤다.

조현용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왼쪽)과 이수경 자치행정부장이 지난 27일 대전 사무실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철도공단이 경남에서 하는 주요 사업은 무엇입니까?

"마산~진주 간 KTX를 2012년 12월 개통 목표로 공사 중입니다. BTL(민간이 돈을 투자해 학교 군막사 등 공공시설을 건설한 뒤 국가나 지자체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리스료 명목으로 20여년간 공사비와 일정 이익을 분할 상환받는 민자유치 방식)로 현대와 대우가 참여했는데, 진주까지 완공되면 순천, 광양까지도 연결할 계획입니다. 함안에도 (KTX가 서도록) 일단 승강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올해 정부 예산 6조 원을 포함한 총 8조 원으로 호남고속철도, 동해남부선, 울진~포항 간 고속열차를 추진합니다. 여수 엑스포 시기에 맞춰 올가을에 전라선도 개통합니다."

-KTX가 마산까지 개통한 후 어떤 효과가 있는지 분석해 보셨는지?

"구체적인 분석은 안 해봤는데, 평일에도 마산에 표가 없을 정도로 많이 이용하는 모양입니다. 증편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승객이 많아지는 건 좋은 일인데 정차 횟수가 적어지는 역 주민들의 민원이 많습니다.

"민원은, 주민이 뭘 요구하는지 지자체장이 잘 파악해 철도공단에 알려주면 역 주변이 공단 땅이면 편의시설, 주차장 등 뭐든지 다 지원해줍니다. 다만, 역마다 다 쉬면 시간이 오래 걸려 이용자 편의만 생각해선 안 되는 점을 이해했으면 합니다."

-현재 경남에 진영역과 함안역이 폐 철도역인데, 어떻게 운영할 생각이십니까?

"'시설재산관리 운영방안'이란 게 있습니다. 이 방안에 따라 전국 폐 철도역을 관광사업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역 주변 주민과 지자체장이 좋은 아이템을 내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입니다."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을 며칠 전에 국토해양부에서 김천~거제 노선으로 고시했는데, 확정된 게 맞습니까? 아니면 정확히 발표 난 게 아닙니까?

"지난 19일 고시된 것은 '국가기간교통망 계획'인데 그 안에 국가철도 구축망 계획이 들어 있습니다. 원래는 1월 말 고시 예정이었는데, 더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서 설 지나고 2월 중에 정확한 세부 노선이 고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대안 중에서 김천~거제 쪽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부내륙고속철도 노선과 관련해 조 이사장을 대신해 노병국 기획조정실 녹색사업전략처장이 설명을 이었다. 노 처장은 "어느 노선이 수요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하면 김천~거제 쪽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는 수요가 적은 노선이다. 그쪽으로 평행하게 철도를 놓을 순 없다. 또 국가 재원이 적은 상태에서 중복 투자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거제 쪽은 1조 2000억 원이 더 든다. 역세권 문제도 생각해봐야 하는데, KTX 타고 대전에서 내리면 무주로 리무진을 운영할 계획이다. 산청, 함양 쪽은 대진고속도로 타고 버스 타면 무난할 것이다. 무주 혁신도시가 취소돼 수요도 비슷해졌다. 비용 적게 들면서 수요 측면을 고려하다 보니 김천~거제 쪽이 더 나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 철도공단 이사장 임기가 끝나는데, 앞으로 거취는 정하셨습니까? 함안군수에도 두 번 도전하셨는데,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여러 길이 있겠으나 (정치적인) 거취를 지금 말하기는 시기상조입니다. 말하기가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 선택할 길은 많을 겁니다. (철도)공단에서 할 일이 아직 많습니다. 올 4월 브라질 철도사업이 확정되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 이사장은 '천여불취 반수기구(天與不取 反受其咎; 하늘이 주는 것을 취하지 않으면 도리어 그 허물을 받는다)'라는 말로 거취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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