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준설선 침몰·대형 수도관 동파 등 줄이은 대형사고
비상근무 장기화로 과로 피해 속출…일부 직원 우울증 증상도

"더는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를 지내야 할 판입니다."

올 들어 김해에는 국가재난인 구제역 발생과 준설선 침몰, 경전철 탈선, 가압장 내 대형 수도관 동파 등 대형사고가 줄을 이어 터지자 시민들과 시 직원들이 내뱉는 말이다.

이런 연이은 사고로 시 직원들은 장기간 비상근무에다 구제역 살처분 현장 투입 등으로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구제역 방역 업무 중 과로로 직원의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돼지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직원 중에는 생지옥 같은 죽음의 현장을 목격함으로써 우울증 증세도 호소하고 있다.

그야말로 올겨울 모진 한파만큼이나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셈이다.

57일째 구제역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김해시 공무원이 장기간 비상근무에다 살처분 현장 투입 등으로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24일 주촌면 마을 입구에서 방역단이 소독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지난 23일 김해시 주촌면 양돈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시 전 직원들은 연 6일째 24시간 교대로 연속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시청 대회의실에는 구제역이 퇴치될 때까지 밤샘 상황실을 가동, 살처분반과 방역 물품지원반 등 10개 반으로 편성해 그물식 구제역 차단전을 펼치고 있다.

구제역 살처분에 투입된 직원들은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돼지 도살 장면을 보고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가 하면 근무 의욕 상실 등으로 구제역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돼지 살처분 조는 현장 투입 시간별로 약간 차이는 있지만 보통 당일 오후 1시에 투입되면 밤 1시 전후에 작업을 마무리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들은 오전 1시 이후 방역 세척 과정을 거쳐 집에 도착하면 대충 오전 2시 전후가 된다.

당일은 쉬어야 하지만 본연의 고유 업무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출근하기 일쑤다. 민원 업무 특성상 담당자가 아니면 처리할 수 없는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구제역 발생 이후 밤낮 구분이 없어진 꼴이다.

특히 관련부서인 시 농업기술센터 농축산과 직원들은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첫 발생한 이후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금까지 연 57일째 김해 전역을 대상으로 구제역 소독 방역 작업과 방역 초소 근무 등에 투입되고 있다.

이 같은 구제역 사투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직원들의 피로 누적 탓에 업무 과로로 말미암은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시 농업기술센터 농축산과 가축방역담당인 이근택(6급) 팀장은 구제역 업무 과로로 교통사고를 당해 지난 25일 김해 모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2개월에 가까운 방역 업무를 계속해오던 가축방역계 ㄱ(여·34) 씨 등 직원 2명도 업무 과로로 한때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이들 모두 '김해 구제역 차단'을 목표로 시가지 전역을 대상으로 한 방역 초소 설치와 사전 방역 계획 수립 등 철저한 준비 작업에 매진해왔다.

시는 구제역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교통사고로 몸을 다쳐 구제역 퇴치 업무에 당장 복귀하기 어려워진 이 팀장을 27일 자로 장유면 출장소로 발령을 냈다.

시 직원들은 50여 일이 넘도록 구제역과 사투를 벌여왔지만 결국 '김해 구제역 차단' 그물이 뚫리자 그간의 노력이 공염불이 됐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주촌면 양돈농가 살처분 현장에 나갔던 한 직원은 "덩치가 큰 돼지를 밤중에 밖으로 몰고 나오는 것도 일이지만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살처분되는 광경을 보고 근무 의욕이 뚝 떨어지는 등 우울증 증세가 나타났다. 이날 밤늦게까지 매몰 작업을 마치고 귀가했는데 당일 또다시 민원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출근을 했다. 구제역으로 직원들 모두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시 직원은 "올 들어 새해 첫 달부터 가압장 내 수도관 동파를 신호탄으로 경전철 이탈사고, 낙동강 준설선 침몰에 이어 이번에 구제역까지 발생하면서 직원들이 계속 비상동원 됐고, 구제역 퇴치 현장 투입 등으로 밤낮 구분도 없어졌다"며 "또 다른 대형 사고가 언제 터질지 조마조마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제를 지내야 할 처지"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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