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출신의 원로 시조시인 김춘랑(67)씨가 동심으로 돌아가 동시조집 <산골마을 오두막집>(아동문예)을 펴냈다.

이 동시조집은 작가의 말마따나 “비록 춥고 배고팠지만 사람들이 순수하고 진솔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며, 이 시대 너무나 영악하여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읽고 무엇인가를 느끼게 하기 위해” 쓴 것이다.

‘겨울잠 깬 앞동산이/몸살 앓듯 뒤척이고//꽃내음 실은 봄바람이/살랑대기 시작하면//개울가/버들강아지/요요요 꼬리친다.’(‘봄소식·2’ 전문)

봄소식을 기다리는 작품들과 여름이야기로 꾸민 1부와 기다림으로 남은 가을과 겨울내음이 2부에 펼쳐져 있다. 요즘 아이들이 좀체 알 수 없는 성황당·갈새·모래톱·이당까리연·맹건쟁이 등의 낱말은 추억을 되새기는 매개체다.

유경환(시인·한국아동문학교육원 원장)씨는 “시조의 가락이 풍기는 그 운(韻)은 살리되, 그 의미를 내면화하는 노력을 고스란히 동시형태에 접목시켜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이라고 평하고 있다.

‘아무도 살지 않는/산골마을 오두막집//그 집에 살던 사람/언제 어디 갔느냐고//몇 마리/참새가 와서/짹짹거려쌓습니다.//감나무 가지 위에/까치집도 기척 없고//심심한 햇살들이/한나절을 놀고 간 뒤//지나던/바람이 잠시/기웃대고 있습니다.’(‘산골마을 오두막집’ 전문)

시인은 지난 68년 시조문학지 추천으로 문단에 나와 암울하고 참담했던 군사문화시절 잠시 절필하기도 했으나 30년을 넘게 우리 전통시가인 시조의 현대화를 위해 묵묵히 창작활동을 펴온 인물이다. 저서로 <우리네 예사사랑>, <서울 낮달>, <작은 행복론>, 우리시대 100선 <지부상소하는 바람> 등이 있다. 현재는 경남문협 부회장·소가야문화제 집행위원장·고성공룡나라축제 상임 부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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