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1~2월은 공연계 특히 음악계는 한해의 일정을 계획하고, 그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자 공연보다는 재충전의 시기를 가진다. 나의 개인적 경험으로도 이 시기를 잘 보내지 않으면 일 년의 일정을 감당하기가 무척 어려웠던 것 같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전공서적들을 읽기도 하고 대학 강의를 준비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준비해오던 작품들을 정리하기도 하는 등 연주회 시즌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위의 음악인들과 신년인사차 통화를 하다 보면 나의 일상과 거의 비슷한 듯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변하는 사회에 발맞춰 점점 더 다양한 직업이 생겨나고, 직업군 간의 이종교합으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요즘의 사회현상에 비해 우리 음악인들의 생각과 모습들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공연의 기획이나, 무대 위에 올리는 공연 기획물들이 정작 사회변화만큼이나 이전보다 그리 큰 차이를 느끼지도 못하겠다.

물론 이전보다 공연 환경이나 제반 환경들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고, 질적·양적으로 성장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다양성 측면에선 어떨까?

너무나 획일적 형태의 무대공연들과 무대 연출, 그리고 기획의 부재는 우리 지역 공연계 음악계가 뛰어넘어야 할 가장 큰 문제점이다.

분명히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또 그 나름대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현상들을 보면 틈새시장과 블루오션을 찾아 기존의 직장을 과감히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전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간 사람들일 것이다.

분명히 누군가에게 직업은, 집을 사고 자동차를 바꾸고 아이들의 학비를 대기 위한 생활의 수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아주 좋아서, 가슴이 뛰어서, 보람되고 뿌듯해서 잠도 못 자고 먼 길도 마다치 않고 무모하다는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계속하고 싶은 꿈이자 희망일 수도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남다른 일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잘하는 일,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다 거기까지 갔을 것이다. 이런 직업들이 있다고 한다. 농촌 기획자, 그린 디자이너, 맛 이야기꾼. 어느 회사의 누구 대신 이들은 자신들만의 제2의 새 이름을 얻은 것이다.

우리 음악계 나아가, 공연계 전체 예술계에서도 지휘자·연주자만이 아닌 아주 작은 부분이라 할지라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형태의 직업군이 더 많이 생겨나고 그 속에서 서로 긴밀한 상호작용들이 있을 때 새롭고 다양한 예술형태들의 탄생이 가능할 것이다.

   
 
가능한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예술적 사고가 왕성하게 이루어질 때 우리의 문화유산은 늘어나고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 브랜드가 탄생하지 않을까?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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