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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팍 도사] 매생이

참기름·볶은 굴 등 넣은 매생이 남편 해장국·아이 아침죽으로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1년 01월 26일 수요일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 콩나물국. 결혼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요리책의 도움 없이 만들 수 있는 국거리는 이 정도다. 오징어를 빼면 생선에 직접 칼을 대본 지도 얼마 안 됐다. 새로운 것을 찾아 이리저리 눈을 돌려보지만 '안전한' 끼니를 위해서 늘 가던 곳에 손이 간다.

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가 매생이를 보았다. 신문사 수습시절, 이른 새벽 경찰서를 한 바퀴 돌고 나면 '해장에는 이만한 게 없다'라고 권하는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들어갔던 식당에서 봤던 그것이다.

저녁에 회식이 있다는 신랑의 말이 떠올랐다. 10여 년 전 매생이국을 처음 먹어봤을 때의 맛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다. 다만, 선배들의 매생이 예찬에 '몸에 좋은 것이구나'라며 냉큼 한 그릇을 비웠던 것 같다. 회식하는 신랑에게도, 두 살 난 아들에게도 좋을 듯하다. 냉큼 집어들었다.

   
 
그리고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매생이 국은 어떻게 끓여야 해요?"

"굴을 넣어 끓이면 맛이 좋지. 시원하게 먹고 싶으면 참기름을 두르지 말고 물을 팔팔 끓이다가 굴 넣고 매생이 넣으면 되고, 구수하게 먹고 싶으면 참기름도 넣고 다진 마늘도 조금 넣고 달달 볶다가 물 붓고 마지막에 매생이 넣고 잠깐 끓이면 돼. 물은 너무 많이 부으면 안 된다. 매생이가 잠길 정도만, 그리고 매생이는 열에 약하니까 매생이 넣은 후에는 1분 정도만 더 끓여." 휴대전화 넘어 들려오는 친정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굴도 집어들었다.

"멸치다시마육수를 내야 해요?" 요리에 별반 취미를 붙이지 못하는 터라 국을 끓일 때마다 육수 내는 일이 영 귀찮았다. "그러면 매생이 특유의 맛이 없어져. 그냥 물 넣고 끓여."

집에 와서 매생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파래와 비슷하다. 굵기가 머리카락보다 가늘다.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엔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아이에게 주는 것이니 영양소도 궁금했다. 철분과 칼륨, 단백질이 풍부하단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니 안심해도 되겠다. 11월부터 5월 정도가 제철이라니 맛도 좋겠다.

이제 잘 끓이기만 하면 될 듯하다.

우선 물에 서너 번 헹구면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가는 체에 부어 헹군 후 물기를 가시게 했다. 굴도 굵은 소금으로 씻어서 물에 헹궈 체에 밭쳤다.

솜씨가 없으니 양념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 약간 넣고 굴을 볶다 물을 조금 부었다. 매생이에서도 물이 나오고 걸쭉하게 먹는 것이 좋다 하니 물을 너무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중요할 듯했다. 팔팔 끓이다 매생이를 넣고 물을 가늠했다. 재래간장으로 간도 조금 했다.

아침밥을 잘 먹지 않는 아들에게 내일은 남은 매생이로 죽을 해줘야겠다. 쌀을 1시간 정도 불렸다가 살짝 으깨 세 번 정도로 나눠 볶는다. 이때 전체적인 물은 쌀 양의 6배 정도가 좋단다. 센 불에서 끓이다가 죽이 끓어오르면 매생이를 넣고 중간불로 바꿔 계속 저어가며 끓이다 소금 간하면 매생이 죽이 완성된다.

남도지방에는 '미운 사위에 매생이국 준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매생이국은 아무리 끓여도 김이 잘 나지 않아 모르고 먹다가 입 안을 온통 데기가 쉽기 때문이라 한다. 회식 가서 많이 늦어지는 남편, 속 푸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며 팔팔 끓인 매생이 국을 모른 척 내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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