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말고도 살고 있네요] 야생걸식 독수리

하늘의 제왕 하면 바로 독수리가 떠오를 것이다. 독수리가 못 먹어서 굶주리는 대표 야생동물 걸식 아동이라면 믿겠는가?

에~이 그런 말 말아요. 설마 하늘의 제왕 독수리가 굶기라도 한다고요?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독수리가 나는 모습이나 크기, 부리와 발톱을 보면 야 정말 멋지다 하고 모두들 찬사를 던지겠지만, 보기와 달리 바로 앞에 있는 개나 고양이, 쥐도 잡지 못하고 까치나 까마귀가 귀찮게 굴어도 그냥 있는 순둥이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사냥 능력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거의 죽은 고기만 먹는다.

한국을 찾아오는 독수리는 몽골에서 번식해서 추운 겨울을 피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데 약 90% 정도가 힘이 약한 어린 새이다. 한국에 찾아오는 독수리는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어 2000마리에 가깝다. 참새 몸무게가 20g정도인데, 8~12kg 정도의 거대한 몸으로 추운 겨울을 나기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죽은 야생동물을 얻기는 쉽지 않다.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는 독수리들이 인식표를 달고 있다.

가축을 기르는 축사에서 몰래 죽은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잠시 배를 채우는 정도이고, 먹이양도 들쑥날쑥이다. 오히려 병이나 여러 까닭으로 죽은 가축을 먹으면서 독수리 몸에 나쁜 독이 자꾸 쌓여, 결국 독수리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잇감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경남에서는 개인의 노력으로 독수리 먹이를 10년 남짓 주고 있는 분도 있다. 탈진해 쓰러진 독수리도 돕고 있다. 경남 고성의 김덕성 선생님이다. 그런 정성으로 해마다 고성에는 독수리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600마리정도까지 왔다.

산청에서도 2005년 겨울부터 독수리가 관찰되기 시작하여 해마다 찾아오는데 2010년 겨울부터 주마다 독수리들을 보호하고 관찰할 목적으로 학생들과 함께 먹이를 주고 있다. 먹잇감을 얻는 데 마을 정육점과 학교 급식소 납품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기꺼이 고기를 건네주는 주민들 마음이 고맙다. 독수리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말이다.

먹이를 자꾸 주니 올해 산청에도 지금까지 기록한 독수리 개체수를 훨씬 넘는 611마리까지 관찰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독수리를 돕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래서 병으로 집단폐사 위험을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자료목록 위기근접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독수리들아, 한국에 와서 잘 먹고, 몽골에 가서 새끼 잘 키우고 다시 돌아오너라!

/오광석(산청 신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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