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창원시가 출범을 알리고 기념할 만한 상징적 조형물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서는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처럼 랜드마크가 될 만한 상징물을 건립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랜드마크가 이렇게 하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랜드마크라는 말은 1960년대 미국의 도시계획이론가 케빈 린치(Kevin Lynch)가 도시를 설명하면서 쓴 단어다. 그리고 서양의 도시들이 인공구조물을 만든 이유가 도시들이 대부분 평지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인공구조물들이 필요했다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에펠탑이나 마천루이다. 이처럼 서양의 도시들은 각종 기념조형물을 세워 도시를 지배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스토리를 지닌 상징물들이 관광객들을 불러모았다. 로렐라이 언덕과 라인강이 그렇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로렐라이 언덕일 것이다. 하이네의 시를 f.질허가 작곡한 가곡 <로렐라이>때문에 요정의 바위가 서있는 로렐라이 언덕은 매년 수많은 세계인들이 찾는다.

그리고 덴마크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도 그렇다. 코펜하겐항에 위치한 인어상은 목이 잘려 도난 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하였지만 코펜하겐의 상징물이다.

또 벨기에 브뤼셀의 상징인 오줌싸개 동상도 있다. 1619년 제롬 뒤케노스에 의해 청동으로 만들어진 높이 약 60㎝의 이 동상은 1698년 네덜란드 총독을 시작으로 브뤼셀을 방문한 국빈들이 옷을 만들어와 입히는 것이 관례가 되었고, 일년 동안 매 행사에 따라 옷을 갈아 입힌다. 우리나라 한복은 노무현 대통령이 선물했다.

이처럼 상징물들이 스토리를 가질 때 생명력은 증폭된다. 그리고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도 마찬가지이다. 14세기 영국과 프랑스가 백년전쟁을 치를 때 전쟁초기 프랑스를 침공한 영국은 완강히 저항하는 칼레를 함락시키는데 무려 11개월이나 걸렸다. 영국은 저항에 대한 죗값을 물어 시민 가운데 6명을 뽑아서 사형에 처한다고 했다. 6명을 뽑지 못하면 시민전체를 몰살시킨다는 엄포와 함께, 이때 그 여섯 중 한사람이 되겠다고 나선 이가 바로 칼레의 가장 부유한 시민이었던 외스타슈다. 그에 이어 도시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죽음을 자처했는데, 영국은 결국 이들을 죽이지 못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고귀한 자들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 듀티(noble duty)의 대표적인 사례로 후대에 전해지고 500년 뒤 로댕의 작품으로 새겨지게 되었다. 이것이 상징조형물인 것이다.

   
 
예술작품은 장소에 개입되면서 그 장소는 하나의 정체성을 생성하게 된다. 그것은 과거를 되살리는 것일 수도 있으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하기도 하며, 사람들에게 상상의 영토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창원대로 입구를 막고 서있는 인공조형물과 비슷한 방식의 상징물을 만들어놓고 통합 창원시의 출범을 알리고 기념한다고 우길까봐 걱정이다.

/황무현(마산대학 아동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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