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식생활문화 쓰레기주범은 '오해'과거 '독상문화'로 음식물배출 줄여야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해법 우리 식생활문화에 있다. 한해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약 500만t이라고 한다. 매년 15조 원어치의 음식물을 버리는 격이 된다. 음식물쓰레기 연간 발생량은 연간 수입식량의 37.8%, 금액으로는 8조 원으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자 매년 약 6700억 원을 쓰고 있다. 정부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자 '식단 간소화', '쓰레기 종량제'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는 요원해진다. 모든 국민이나 특히 전문성을 가진 학자들조차 '한국은 상다리가 휘도록 푸짐하게 차려야 한다' '상물림' 등 전통적 식생활문화가 다량의 음식물쓰레기 발생의 원죄를 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한국의 전통 식생활문화를 잘못 이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선조를 모욕하고 있다. 김장 후 배추나 무 잎을 버리지 않고, 말려 시래기 상태로 보관하여 두었다가 국이나 나물로 무쳐 먹는 지혜를 가졌으며, 쌀을 씻은 물조차 버리지 않고, 쌀뜨물로 국을 끓여 먹었다. 밥을 짓거나 밥을 먹을 때 쌀 한 톨 밥 한 톨 땅에 버려지면 천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혼의(婚議) 시 신랑 집에서 신부 집을 방문해 가세(家勢)를 살필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부엌 옆에 있는 구정물 통이었다. 구정물이 뻑뻑하면 집안이 낭비가 심하다해 혼인 맺기를 꺼렸고, 구정물 통이 맑으면 부모의 알뜰한 살림살이를 본받아 살림살이를 잘할 것으로 믿고 데려갔다고 한다. 조선시대인 1809년(순종 9년) 실학자 서유구의 형수인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숟가락을 들기 전 다섯 가지를 생각하도록 한 식시오관(食時五觀)을 열거해 놨다.

첫째, 이 식사를 장만하고자 얼마나 수고하였는가. 이 식사가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하라.

둘째, 내가 이 식사를 할 만큼 착한 일을 하였는가를 생각하라.

셋째, 많이 먹겠다고 욕심을 부리지 마라.

넷째, 이 식사가 내 몸의 좋은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어라.

다섯째, 도를 닦고자 식사를 하여라.

이토록 밥상머리에서도 진지했던 우리 조상은 번거롭기는 했지만 식구들 모두 일상식은 각 상에 음식을 차려내는 독상 문화였다. 독상 문화는 3첩 반상이든 5첩 반상이든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먹기에 알맞은 양의 반찬으로 대략 지름 9.5cm, 바닥지름 4.7cm, 높이 1.5cm의 쟁첩에 반찬 서너 첩 정도가 담겨 있을 정도의 소식(小食)문화이다.
 
'음식을 상다리가 휘도록 푸짐하게 차려야 한다'거나 '상물림'은 일상식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 잔칫상을 말하는 것이다. 잔칫날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도 찾아온 손님이 돌아갈 때, 잔치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이바지로 싸서 보내다 보면 오히려 잔칫집에는 남는 음식이 없게 된다.

그러나 조선의 반가 문화가 사라지고 일제 36년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곤궁한 처지에 식량을 절약하며, 여러 식구가 허기를 면하고자 적은 양의 곡식에 나물 등을 넣고 물을 많이 부어 죽 등을 쑤어 음식을 질(質)보다 양(量) 위주로 먹기 시작하면서 대식(大食) 문화로 바뀌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 생활의 중심문화는 반가 문화였고, 반가의 식생활문화는 소식을 하는 독상 문화였다.

   
 
오늘날과 같이 한 상에 음식을 많이 차려 놓고 모든 식구들이 둘러앉아 찌개 그릇에 수저를 담그며 먹는 문화는 농경사회의 두레반문화다. 이제 조상의 근검절약도 배우고, 반가 식생활문화를 되찾아 음식쓰레기 양도 줄이며 신분 상승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김영복(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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