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소모 줄이려고 피부 수축돼지나친 난방 노출 시 건강해쳐

사람의 몸은 항상 똑같은 것이 아니고 변화하는 생체주기가 있다.

짧게는 계절에 따라서도 변하고, 길게는 나이에 따라서 변하는 주기성도 있다.

한의학에서 보는 겨울의 특징은 저장하는 기운이 주관하는 계절이다. 자연의 흐름도 겨울에는 에너지의 소모를 줄이거나 저장하는 특징이 나타난다. 에너지의 소모를 줄이려고 어떤 동물은 겨울잠을 잔다. 겨울이면 식물 역시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하여 변화를 멈추고 저장된 에너지를 유지하고자 한다.

사람 또한 자연의 기운에 영향을 받게 된다. 오래된 한의학 의서인 <황제내경>의 양생법에 보면 겨울에는 잠을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고 말한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는 말은 에너지 소모량은 줄이고 저장량은 늘려서 다가올 봄에 활발한 성장과 활동에 대비하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많은 학습량으로 잠 잘 시간이 부족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겨울방학만이라도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서 잠을 충분히 자도록 하는 것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성장과 발달이 지배하는 계절에는 그에 맞도록 몸을 살피고, 저장이 주관하는 계절에는 몸도 그에 맞추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추위로부터 열을 덜 뺏기려고 혈액의 흐름이 인체 내부로 좀 더 집중된다. 피부와 주리(奏理:땀구멍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수축되어 닫히는 기운이 강해져서 피부 쪽으로의 혈액공급은 줄어들게 된다.

혈액 공급이 인체 내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장의 기능이 원활해서 음식도 잘 먹고 장에 탈이 나는 경우도 적다. 인체의 외부에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므로 피부에 영양공급이 다른 계절에 비해 부족해진다.

따라서 피부는 건조해지기 쉬우며 각질이나 마른버짐도 생기며 가려움증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겨울의 인체 변화는 차가운 기운의 침입을 막고, 열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피부가 닫혀 있는 상태이다. 지나친 난방으로 닫혀 있는 주리를 자꾸 열게 되면 밖에 나갔을 때 찬 기운에 쉽게 상하게 된다.

지나친 난방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찬 기운에 더 쉽게 상하게 되는 이치이다. 요즘처럼 한파가 지속될 때 감기 걸린다고 집의 난방 온도를 올리면 아이들은 더 쉽게 감기에 걸리게 된다. 난방은 적절할 때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예전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윗목에 걸레가 꽁꽁 얼 정도의 방에서 지냈지만 요즘 아이들보다는 감기를 덜 하고 지났던 것 같다.

여기에는 공해와 대기오염 등의 사회적인 요인과 면역력의 저하, 항생제에 대한 내성 등 다른 여러 요인들도 있겠다.

하지만, 지나친 난방에 따른 인체의 계절 적응력 문제도 한몫하는 것 같다. 문명의 발달로 예전에는 없던 병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다.

   
 
편하고자 하는 마음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인체의 시스템을 무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겨울엔 춥게, 여름엔 덥게 사는 것이 인체의 항상성을 위해서는 더 좋다.

/옥상철(창원시 마산회원구 아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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