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말고도 살고 있네요] 울도하늘소

지난여름 숲 생태 직무연수를 통해 창녕 낙동강 개비리길을 걸을 때였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었지만 그 또한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모두들 허리를 숙여 빗방울에 더욱 싱그러워진 풀꽃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소 곤충에만 관심을 많이 가진 나로서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풀꽃들의 이름조차 불러줄 수 없어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풀꽃 강사님의 힘을 빌려 열심히 풀꽃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던 중 나에게 굉장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내가 여태까지 한번도 발견하지 못한 환경부 보호종 '울도하늘소'를 만나게 된 것이다.

제주도에서 주로 발견되었다고 해서 제주왕나비(왕나비)라고 불리듯이 울도하늘소는 그동안 울릉도에서만 발견되어 '울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최근 경남이나 전남 등지에서 가끔 발견되기도 하며 점차 그 개체수가 줄어 1997년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된 희귀한 곤충이다. 딱정벌레목의 하늘솟과로 어른벌레는 뽕나뭇과 식물의 줄기를 갉아먹고, 애벌레는 이 나무 속을 파먹는다고 한다.

   
 

어린 시절 알락하늘소를 발견하고 울도하늘소로 착각하여 기뻐서 날뛰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생김새는 비슷할지 몰라도 무늬의 색깔과 배열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다. 울도하늘소의 몸 빛깔은 검은색을 띤 회색이며 황 빛깔의 무늬(알락하늘소는 흰 빛깔)가 많다. 암컷의 더듬이는 몸길이의 2배, 수컷은 2.5~3배에 이를 만큼 길며, 특히 앞가슴판 양쪽에 굵은 황색 세로줄이 있어서 알락하늘소와 쉽게 구별이 된다.

개비리길에서 뜻밖의 수확을 얻은 기쁨에 본능적으로 울도하늘소를 손으로 잡았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이 환경부 보호종을 채집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큰 일이다. 사진이라도 남기려고 하니 카메라를 챙기지 않았다.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급하게 사진을 찍었다. 흐리게 나와서 다시 찍으려고 하니 좁은 길에 뒤따라오는 일행들의 시선과 울도하늘소를 손에 가두어 놓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어쩔 수 없이 흐릿한 사진 한 장만 간직한 채 울도하늘소를 자연 속으로 되돌려 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절멸의 위기 속에 도감 속이나 곤충표본관에서만 볼 수 있는 천연기념물 218호 장수하늘소처럼 그날 만났던 울도하늘소도 점차 자연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현재 울릉도에서 울릉군(郡)의 상징으로 여겨 인공사육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다.

울도하늘소가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발견될 정도로 많이 생겨서 '울도'라는 말 대신 다른 이름의 하늘소가 되는 날을 상상해본다.

/김동인(창원 회원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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