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창원 진해구 쓰레기 처리 문제 해결 방법 없나

끊임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진해 덕산매립장으로 인한 쓰레기 처리 문제. 쓰레기 배출에서부터 수거·처리 문제는 비단 진해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이고 난제일 것이다. 매립장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배출이 잘못되었다고 귀결되기 십상이고, 결국은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문제의 근원임에 입을 모으게 된다.

진해 매립장 문제도 이런 경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덕산매립장이 왜 이 모양인지 통탄하다보면 행정이든 수거업체든 짜맞춘 듯 배출이 문제라 하고, 진해구민들이 쓰레기를 대충 내다버리니 분리수거를 다시 해야 하고, 매일 처리를 해야 하니 결국 분리하다 만 쓰레기들이 매립장에 들어온다고 한다.

진해구의 경우 한 가지 이유가 더해진다. 소각장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소각장을 계획했을 때 이런저런 사유가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하루에 50t 소각 가능한 시설로 처리하다보니 남는 것들은 다시 매립장으로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덕산 매립장에서 관행처럼 해 온 마구잡이 매립이 면죄부를 가질 수는 없다.

참고로 환경부 폐기물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2008년 진해시 생활쓰레기발생 및 처리량은 하루에 168.7t이 발생하고 그 중 매립 27.0t, 소각 33.8t, 재활용 107.9t으로 나와 있다. 이 수치로만 따지면 소각 용량이 부족하지도 않을뿐더러 매립장에 소각해야 할 쓰레기가 반입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일반 시민의 입장으로 봤을 때 유추 가능한 결론은 통계의 오류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2002년 조성된 후 지금까지 진해의 온갖 쓰레기들을 끌어안아 온 덕산매립장은 3개의 공구로 나눠져 있다. 1공구는 매립이 완료되어 사후 관리 중이고, 2공구에 매립이 진행 중이다. 행정 자료를 보면 2공구의 매립 완료 시점이 2014년이라는데, 지금처럼 매립한다면 2014년 전에 차버리고 말 것이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 공공쓰레기, 생활폐기물 등이 그대로 직매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타는 쓰레기, 안 타는 쓰레기, 재활용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공공 쓰레기 수거 역시 분리수거와는 거리가 멀다. 길거리든 논두렁이든 후미진 곳이면 어김없이 몰래 버려지는 쓰레기도 엄청나다. 게다가 봄맞이 대청소, 국토대청결 운동 등으로 단체들이 수거한 쓰레기도 재활용품을 따로 분리하지 않아 몽땅 자루에 담긴 채 매립장으로 보내진다. 이렇게 수거된 쓰레기들이 매립되는 곳이 진해 덕산 생활쓰레기 매립장의 현실이다. 이미 매립이 완료된 1공구의 매립 상태도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진해구에서 배출되는 상당수 쓰레기가 덕산 매립장(사진)에 마구잡이로 매립되고 있다. 행정당국은 소각장 규모가 작고, 창원시의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리 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시점에 진해구 쓰레기 문제는 근본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 /경남도민일보DB

덕산매립장에 가보면 애초에 매립장 관리를 법규에 따라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매립 중인 2공구 한쪽에는 진해 해군아파트 건설 당시 지하부 공사를 하면서 나온 토사가 작은 동산만한 크기로 적치되어 있다. 공유수면 매립을 할 요량으로 우선 매립장에 쌓아둔 것인데, 이 계획이 무산되자 그냥 속편하게 쓰레기 매립용 복토재로 쓰고 있다.

참으로 진해시 쓰레기 행정은 한결같았다. 속편하게, 그냥 닥치는 대로……. 소각이 되면 소각하고, 재활용 분리도 할 만하면 하고, 안되면 매립하는 것이다. 복토재도 구하기 어려운데 어떤 경로로, 어떤 규정에 의해 매립장에 적치되었는지는 중요치 않고 그저 있으니 쓴다는 식이다.

통합시가 출범한 후 덕산매립장 관리는 환경사업소에서, 쓰레기 수거는 진해구청 환경위생과에서, 소각시설과 쓰레기 행정 전반에 대해서는 창원시 본청 환경미화과에서 맡고 있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각자의 임무가 아니라는 식이다. 서로 미루기만 하니 문제를 보면서도 누구와 논의해야 할 지도 불분명한 답답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금 부각되어 있는 진해 매립장 문제도 이런 답답한 상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합이 되었으니 마산이나 창원에서 진해매립장에 적재된 폐목재들을 처리해달라는 진해 지역의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마산이나 창원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통합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일 것이다. 그래서 창원시에 알아보니 우선 지역간 형평성을 갖추기 위해 종량제봉투 가격부터 일원화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한꺼번에 세 지역이 동일한 시스템으로, 동일한 조건으로 쓰레기행정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합 행정으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밟아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통합 창원시의 쓰레기행정이 지금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재정비가 팔요한지에서부터 3개 지자체가 각자 보유하고 있었던 시설들을 어떻게 통합해 보다 효율적으로 가동할지에 이르기까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체계가 꾸려져야 한다.

그 속에서 현재 각자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나올 수 있다.

공무원 한두 사람 고발한다고 해서, 이제 한 식구나 다름없으니 내 짐을 나눠지자고 졸라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맨손인 사람에게 자갈밭을 갈라고 툭 한마디 던지는 것도 말이 안된다.

창원시에 바라는 것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는 단위를 꾸려서 쓰레기 문제를 몽땅 열어놓고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창원시가 하라고 지시만 내린다고 해서 다 될 것 같으면 이런 요구도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창원시도 앉고, 구청도 앉고, 환경사업소도 앉고, 시민단체, 시민들도 앉아서 가장 기본에서부터, 즉 배출-수거-처리까지 훑어보고, 재활용도 짚어보고, 문제라는 시민의식도 한번 돌아보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통합 창원시의 쓰레기행정이 제 갈 길을 정할 수 있지 않을까.

길게 보고 가자. 인간이 살고 있는 이상 쓰레기는 나올 수밖에 없고,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므로 외면할 수 없고, 피해갈 수도 없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우선 큰 숨 한번 쉬고 갔으면 한다.

/신금숙(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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