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모녀가 끓이는 창원 북면 '소문난 장터국밥'

서민들의 고픈 배를 달래주던 선짓국. 지금은 피부에 좋고 철분도 많아 일부러 찾아먹는 애호가들이 있을 만큼 보양식이 됐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신촌시장 옆 '소문난 장터국밥'은 40년 동안 북면 길목을 지킨 선짓국 집이다. 박덕선 할머니가 40년 전 북면 신촌 시장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시장 바로 옆에서 그의 딸 김경란 씨와 함께 꾸리고 있다.

40년 전 신촌 재래시장 사람들의 배를 든든하게 했던 국밥집이 지금은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선지국밥이 됐다. 그 맛의 비밀과 맛에 담긴 모녀의 사연을 들어봤다.

창원 북면 '소문난 장터국밥'을 운영하는 박덕선(앞), 김경란(뒤) 모녀가 선지 국물을 맛보고 있다.
◇40년간 맛 소문이 끊이지 않는 선짓국의 비밀 = 박덕선(70) 할머니는 40년 전만 해도 창원시 의창구 북면 신촌시장에서 선지국수를 팔았다.

"500원에 팔았어. 날씨는 춥지. 배는 고프지. 돈은 없지. 그나마 싸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선지였어. 푹 곤 선지에 삶은 국수를 가득 넣어주면 시장통 사람들도 시장을 오가는 서민들도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거든."

그는 김해김씨 종갓집 종부였기에 웬만한 잔칫상을 손수 차려왔다. 수백 그릇도 거뜬히 해낼 수 있었던 건, '종갓집 종부'라는 그의 이력 덕이다. 5년전 시장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박덕선 할머니. 선짓국은 매일 아침에 30그릇, 오후에 30그릇을 끓인다. 24시간 푹 곤 사골국물에 선지뿐만 아니라 염통, 막창, 곱창 등 6가지 소의 부위를 넣는다. 하루 15마리 분량의 내장을 새벽부터 밀가루, 소금, 소주를 넣고 손으로 몇 번이고 치댄다. 특유의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서다. '소문난 장터국밥'의 선지국밥이 소문난 것은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비린 맛이 전혀 없는데다 첫맛부터 깊고 진하다. 그럼에도 입안에 씹히는 내장은 부드럽다.

"내장을 치대면 폴(팔)이 빠져나가는 듯해. 40년을 그랬으니 이 팔이 남아나겠어? 이젠 겨우 움직여. 그렇게 치대야만 비린내가 나지 않거든. 그리고 내장이 두서너 개만 들어가면 이 맛이 안 나. 국물 맛이 확 달라지거든. 내가 고집하는 건 이 두 가지야. 그러니 내 맛을 잇는 딸이 고생을 많이 했지. 내가 그 고집을 꺾지 않으니."

'소문난 장터국밥'의 선짓국.

◇봄동부터 고춧잎 김치까지 겉절이도 손수 키워
= 할머니는 날만 밝으면 밭으로 향한다. 손수 키운 고추, 배추 등을 걷어오기 위해서다. '소문난 장터국밥'은 국밥뿐만 아니라 상에 오르는 겉절이와 김치도 옛날 맛 그대로다. 산초향이 풍기는 묵은 내 나는 무김치, 못생겼어도 깊은맛이 배어있는 배추김치, 아삭아삭 씹히는 겉절이와 고추 등. 모두 할머니가 손수 키운 것들이다. "노지에서 자라는 것 보면 기분이 참 좋아. 상에 오를 것 생각하면 기분이 더 좋고. 봄이면 봄동을, 가을이면 고춧잎을 삭혀 김치로 올려. 이걸 따로 사 가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팔 게 어디 있어. 상에 올릴 만큼만 농사를 짓는데."

◇맛 잇는 딸 "세심한 미각과 맛의 철학, 엄마에게서 배워" = '소문난 장터 국밥'이라는 이름으로, 딸 김경란(48) 씨가 물려받은 지는 만 6년. 어머니의 맛을 잇기로 한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일본을 간 적이 있는데 대를 이어 맛을 잇는 것을 보고 많이 느꼈어요. 항상 엄마의 깊은맛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때, 그래 내가 엄마의 맛을 이어야겠구나 생각했죠."

서울에서 하던 의류업을 접고 어머니의 맛을 배우기 시작했던 경란씨는 몇 번의 고비를 넘겨야 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엄마는 모든 재료를 손수 다 준비했더라고요. 게다가 불 조절부터 시간조절까지 예민한 감각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었어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그 맛이 안 나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릅니다. 처음엔 방법만 배우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어요. 엄마는 섬세한 미각을 타고나셨고, 오직 정성으로 맛을 내셨지요. 그걸 터득하는 데 5년이 걸렸던 거죠."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몸도 마음도 고되다. 그래도 가장 보람을 느낄 땐, 멀리서 소문듣고 온 손님들이 '정말, 잘 먹고 갑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갈 때다. "저는 엄마가 맛을 내고자 얼마나 정성과 마음을 다하는 것을 알잖아요. 그래서 엄마의 깊은맛을 많은 사람이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정말 엄마가 살아계시기에 먹을 수 있는 맛이거든요."

   
 
메뉴는 장터국밥(6000원), 소머리 수육(2만 원)이 있다. 이외에도 해물파전, 두루치기, 좁쌀 동동주도 있다. '소문난 장터국밥'은 북면 신촌 하니온천 바로 옆에 있다. 예약문의는 055-298-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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