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32) 2011년 신묘년 토끼

◇산토끼는 굴을 판다? = 고속도로 휴게소에 간혹 토끼를 키우는 걸 보면 토끼굴이 만들어져 있다. 꾀 많은 토끼는 도망갈 준비를 하면서 세 구멍을 판다고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고 하는데 진짜 산토끼는 구멍을 파지 않는다. 집에서 키우는 집토끼는 지중해 연안에서 가축으로 기른 굴토끼이지만 우리나라 산토끼는 굴을 파지 않는 멧토끼이다. 집토끼는 영어로 Rabbit이지만 산토끼는 영어로 Hare다. 집토끼(굴토끼 rabbit)와 산토끼(멧토끼 hare)는 유전자 염색체수도 달라서 교배를 할 수도 없다.

창덕궁 청향각 굴뚝 문양(사진 왼쪽)과 쌍토도.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 아폴로 11호가 1969년 달에 착륙한 뒤로 달토끼와 계수나무가 사람들 마음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닐 암스트롱이 미국 흰머리 독수리 비행선을 타고 가서 토끼를 없애버렸다. 우리 맘 속에 살던 달토끼와 계수나무는 동요처럼 서쪽 나라로 가 버렸다. 어릴 적 그렇게 밝았던 보름달 달빛도 이젠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너무도 작아 보인다.

창녕 이방초교 산토끼 벽화. /정대수

◇달에 달토끼의 유래 = 달토끼의 유래를 찾다보면 인도 불교 토끼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몸을 태워 소신공양한 토끼는 중생구제하는 달토끼가 된다. 인도 불교 토끼가 중국으로 오면 서왕모의 불사약을 먹은 항아(선녀)가 달 속에서 두꺼비가 되고 계수나무와 약방아 찧는 토끼가 나온다. 중국 도교 버전이 우리나라에서는 유교 효도 버전으로 바뀐다. 불로 장생하는 약방아보다는 먹고 사는 떡방아가 더 와 닿았던 것이다. "달아 달아 밝은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지어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불교 묘신 안저라대장. /국립민속박물관

◇토끼는 플레이보이-눈물겨운 에로티시즘 = 깊이 잠들지 못하고 아무데서나 자는 잠을 '토끼잠'이라 한다. 늘 귀를 쫑긋하고 '놀란 토끼눈'으로 산다. 그래도 안되면 '토낀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도 사람들은 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토끼가 발정기가 없이 새끼를 많이 자주 낳는 것은 약자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다. 눈물겨운 약자의 생존방식이 에로티시즘으로 사람에게 투영되어 플레이보이 바니걸이 되고 호색을 상징하게 되었다.

◇아직도 자신이 집토끼라고 믿는 갱상도 산토끼들 = 정치와 선거에서 자기가 집토끼(지지층)인지 들토끼(중도층, 부동층)인지 산토끼(다른 정당 지지층)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부자 정당에서 부자 정책을 친서민 정책이라 이야기하고 토건정부에서 자연과 생태를 파괴하는 것이 진정한 친환경정책이라고 이야기한다. 틀린 것 틀렸다고 하면 좌파 빨갱이라고 부른다.

토끼잠 자고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보다 놀라 토끼는(도망치는) 처절한 몸부림은 우리 서민의 모습을 닮았다. 서민정책 서민정책하면서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도 도망간다. "친서민 정책엔 서민 없고, 친환경에 환경 없다." 토끼는 잘 토낀다. 올해는 산토끼 이야기를 잘 듣는 귀 큰 경청(傾聽) 토끼가 많았으면 좋겠다.

/정대수(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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