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납니꺼] 창원시 진해구 경화장날 풍경

"아지매, 물메기 한 마리 어떻게 합니꺼."

"조금 기다려 보소. 요거부터 얼른 손질하고."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 주로 난다는 '물메기'. 통영, 거제, 남해, 마산 지역 술꾼들에겐 겨울철 보약 같은 것이다. 아귀와 더불어 겨울철 즐겨 먹는 생선으로 꼽힌다. 물메기는 흐물거리는 고기와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지난 23일, 창원시 진해구 경화 장날(3일과 8일)엔 물메기만 파는 할머니들이 제법 있었다. 어둠이 내리기도 전에 가져온 양을 다 팔았다는 할머니. 마지막 한 마리를 보며 살까 말까 고민하자 손질부터 해버린다.

술꾼에겐 보약, 진해만서 잡은 물메기

창원시 진해구 경화장에서 물메기를 다듬는 아주머니.
"할매, 손질하면 안 되는데. 돈이 안 될 것 같은데."

"얼매 있는데?"

"얼만데예."

"1만 5000원."

"어짜노. 1만 2000원밖에 없는데."

"추워서 안 되겄다. 요거 팔고 갈란다. 그것만 줘."

진해만에서 직접 잡아왔다는 할머니. 물메기의 입을 갈라 내장을 발라내고 껍질을 벗겼다. 맛있는 부위는 붙여놨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요기 아가미 부위 있제. 제일 맛있다. 뽀드득뽀드득 씹히고 맛은 부드럽고. 젓갈 해먹어도 좋고. 남자들한테 참 좋다."

어떻게 해먹으면 제일 맛있느냐고 묻자 지리로 먹으란다.

"요새 무 맛있다 아이가. 무 넣고 마늘 넣고 끓어오르면 물메기 넣고 파 넣고 먹으면 된다.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하고. 어린아이들하고 같이 먹으면 좋다. 만일 고춧가루 넣으려면 많이 넣지 마라. 맛없다."

빨간 줄에 꿴 물메기 두 마리가 남아있었다. 이건 뭐냐고 묻자 살짝 말린 거라고 했다.

"집에 걸어뒀다가 간장 넣고 졸여 먹어도 맛 있니라."

   
 
물메기와 함께 아귀도 이날의 주인공. 잘 손질한 아귀 옆에는 아귀 내장도 따로 팔았다.

"이건 뭡니꺼?"

"아귀 애라예."

아귀 간을 말한다. 간이 클수록 아귀는 깊은맛이 난다고들 한다. 일본인들이 좋아해 일본 선술집에서 가장 귀한 재료로 치는 것도 바로 이 아귀의 간이다.

무가 물이 올랐다. 흙내음이 가득한 작은 크기의 무가 인기다. 지금 무는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우러나 겨울철 국물 내는 생선요리에 넣으면 더없이 좋다. 무를 넣고 푹 끓인 생선국은 제철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

단맛도 많아 채를 썰어 참기름 조금, 그리고 소금, 설탕, 식초를 같은 비율로 넣고 무쳐먹는 생채도 맛있다. 특히 지금 한창인 굴, 미나리 등과 함께 무치면 더 맛있다.

무만 가져와 파는 아주머니. 좋은 놈은 어떤 거냐고 묻자 한 놈을 콕 찍었다.

"모르면 흰색부위가 많은 것을 찾는데 사실, 초록색이 많이 보이는 것일수록 해를 많이 본거라 맛있어예."

정이 듬뿍 담긴 추억의 과자집도 북적

   
 
경화 장날의 명물도 눈에 띄었다. 60여 가지 추억의 과자를 파는 '추억의 과자집'에 사람들이 붐볐다. 이유 중 하나는 손님을 끄는 주인아저씨의 입담이다. "방가방가, 실컷 먹고 가요. 먹고 보고 사도 아무 말 안 해." 손님들을 부르는 신호다. 비닐에 담아 계산해 달라 하자 또다시 입담이 이어졌다.

"다 골랐어요? 자 그럼 더 줘야지. 이만큼은 내 마음, 이만큼은 차비, 이만큼은 덤. 언니 알지. 다음 장날은 연말 특집이야. 50% 감사 세일해. 그때도 와야돼."

사는 것보다 덤으로 주는 것이 더 많을 정도다. 맛도 맛이지만 아저씨의 정이 담긴 유머러스한 입담이 손님들의 발길을 계속 이끌었다.

그 옆 가게는 어묵을 직접 만들어 파는 곳. 이곳의 특징은 준비한 양만큼만 팔고 만다는 것. 눈앞에서 방금 튀겨낸 어묵이라 기름도 믿을 수 있고 맛도 고소하다.

이외에도 골목 골목마다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오래된 국밥집과 국숫집도 명물이다.

진해구 경화 5일장은 옛 창원지역민들도 찾을 만큼 규모도 크고 종류도 많다. 장은 3일과 8일, 홈플러스 맞은편부터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인 상공회의소까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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