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말고도 살고 있네요] 새모래덩굴, 봄에 연황색 꽃피워

겨울이 깊을수록 숲은 고요합니다. 들판은 잠든 듯 조는 듯 평온합니다. 바람만 마른 잎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숲은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듯 큰 나무 작은 나무 서로 외면한 채 고독을 견딥니다. 푸른 잎을 달고 선 소나무가 더 추워 보이는 건 겨울바람이 너무 시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속에서도 작은 가지가지마다 사마귀·옥모시나방·주머니나방의 집들이 입주해서 바람 앞에 하염없이 흔들립니다. 서로 이웃해서 집들을 지켜내는 모습이 장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도 구세군의 자선냄비 소리도 없는 빈 숲은 그래서 따뜻합니다. 낮은 덤불 떨기나무들은 서로 엉켜서 새들의 둥지도 되어주고 찔레나무·배풍등 붉은 열매들을 달고 마덩굴·새박덩굴 작은 씨앗 아래는 참새떼가 재재거리고 간혹 산까치도 거들며 열매 양식들을 나눕니다.

새모래덩굴. /박덕선

덤불을 싸고 있는 마른 덩굴 잎들은 서로 얽혀 바람을 피하는 동물들의 둥지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찔레 덤불 양지녘에 새모래덩굴 푸른 이파리가 된서리를 맞고 축 늘어졌습니다. 며칠 포근했던 날씨 탓인지 철모르고 솟았던 새 잎인가 봅니다.

새모래덩굴은 방기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식물로 야산 기슭 덤불이나 논·밭두렁 같은 데서 주로 자라며 언뜻 보면 관상식물인 아이비 잎과 흡사하나 두께가 얇고 넓습니다. 5~6월이 되면 연황색 꽃도 피우며 잎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납니다. 밭두렁에 낮게 줄기를 펼치고 덤불져 있는 모습은 마치 잘 가꿔 놓은 정원의 식물을 보는 듯 예쁩니다.

5월의 연초록 새모래덩굴 잎은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잎을 독성이 있어 식용으로 먹지는 않습니다. 한방에서는 붉은 빛을 띠는 줄기는 편복갈이라 하여 요통과 나력을 치료한다고 합니다. 줄기와 뿌리에 알칼로이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도 하며 특히 뿌리는 혈압을 강하시키기도 하여 고혈압의 치료제로 쓰인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후염·편도선염·관절염 등의 염증에도 효능이 있다고 민간에 전해집니다. 약재로 쓸 때는 뿌리줄기를 봄과 가을에 캐어 물에 씻어 햇빛에 잘 말려 두었다가 달여서 복용합니다. 독성이 있으므로 과용과 장기 복용은 안 되고 줄기 10g에 물700ml를 넣고 달여서 하루 세 번 나누어 마시면 적당하다고 합니다. 특히 열매는 독성이 더 강해서 먹으면 설사나 토사가 나는 경우도 있다니 주의해야 합니다.

날씨가 제아무리 춥다 해도 봄은 오겠지요. 풀들에게 봄이 없다면 겨울은 얼마나 끔찍할까요? 우리에게 항상 겨울만 계속된다고 해도 마찬가지겠지요. 벌써 새해를 맞습니다. 시작과 끝이 뫼비우스 띠처럼 꼬리를 맞물고 순환하듯이 야멸친 겨울 추위의 끝에는 늘 봄이 기다린다는 희망이 또 겨울의 끝이고 시작입니다.

   
 

세상 소식이 늘 우리를 춥고 시리게 해도 내일의 햇살은 따뜻할 것이라는 희망이 다사다난했던 경인년의 아픔을 잊게 합니다. 새해에는 연평도 주민에게 가장 먼저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올해처럼 포효하는 호랑이 같은 포탄 소식이 없는 토끼 같은 아이들이 평화롭게 뛰노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