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치즈 빨리 먹이면짠맛 위주로 길들여져

무엇이든 골고루 잘 먹는 아이들은 자신들도 건강하겠거니와 보는 사람들도 흐뭇하게 한다.

그렇지만 채소는 입에도 안 대고, 햄·계란이 없으면 밥을 안 먹고, 고기만 좋아하고, 처음 접하는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는 아이들의 부모는 염려가 많다.

하지만, 편식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리적인 편식이라는 말이 있는 건 아니지만, 몸의 필요성에 의해 입이 자연스레 찾는 것은 생리적인 필요에 따른 편식이므로 큰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날씨가 추워져서 열량이 많이 필요해지면 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든지, 사춘기 급성장기의 아이들이 고기나 고열량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도 돌아서면 금세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몸에서 그만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임신부들이 신맛을 좋아하는 것도 몸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입이 원하는 것이다. 이렇듯 특정 시기나 특정 몸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편식 경향은 오히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인체의 자연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몸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에 의한 편식은 영양의 불균형을 가져오거나 비만과 기타 알레르기 질환을 앓아올 수도 있다.

편식의 첫 출발은 이유식 시기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이유식만으로 충분한 시기에 아기용 요구르트나 과자를 먹음으로 인하여 입이 단맛에 길들거나, 유아용 치즈를 빨리 먹음으로써 짠맛에 입이 일찍 길들게 되면서 편식이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밥을 먹고 반찬을 먹으면서 시고·쓰고·달고·맵고·짠 다섯 가지 맛을 조금씩 경험하며 미각도 발달시켜야 하는데 어려서 단맛과 짠맛 위주로 길들이게 되면 쓴맛과 신맛,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아 지레 거부감을 느끼고 편식하게 된다.

밥을 먹을 때 반찬을 골고루 먹지 않는 편식도 문제이지만 밥은 안 찾고 군것질만 하려고 하는 경우는 더 문제다. 군것질을 즐기면서 단맛뿐만 아니라, MSG가 들어간 어린이용 과자에 입맛이 들면 짠맛과 조미료에 길들게 된다.

이런 잘못된 식습관에 의한 병적인 편식은 계획을 세워서 서서히 고쳐 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습관이 아니므로 윽박지르고 야단친다고 고쳐질 일이 아니다.

특정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느낀 아이 중에는 안 먹는 음식에 대한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거부감이 지나친 경우는 어느 정도 시기를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위 기능이 약해서 고기를 잘 소화하기 어려운 아이 중에는 고기를 씹다가 물만 빨아 먹고 뱉어낼 때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위장의 기능이 약하지는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

조개나 홍합 굴 등의 어패류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는데, 어패류의 향과 맛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경우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억지로 먹게 하면 씹지 않고 삼키면서 구토를 하거나 식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자라면서 거부감이 조금씩 무뎌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먹고 싶은 것만 먹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나중에는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된다는 내용의 대중가요 가사가 생각난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이다.

/옥상철(창원시 마산회원구 아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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