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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을 들기 전] '비빔밥' 스토리텔링 제대로

비빔밥 용어 정리조차 안 돼…학계 교수 책임감 없이 미화

김영복 교수 webmaster@idomin.com 2010년 12월 15일 수요일

우리 정부가 영부인까지 앞세워 한식세계화를 펼치는 덕에, 이젠 미국을 비롯해 외국 현지에서 한국의 비빔밥과 갈비가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비빔밥'의 정의 하나 제대로 정리해 놓지 못한 채 이름값 한다는 학계 학자들이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해 놓고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국책연구원의 모 교수가 '비빔밥'에 대한 글을 기고하면서 '헛제삿밥'을 '비빔밥'으로 소개한 글을 보았다. 물론 '헛제삿밥'을 비빔밥의 카테고리에 넣어 먼저 소개한 것은 전북·전남의 모 대학들 교수들이다. 이름만 대면 대한민국 누구나 다 알 만한 분들이고 이분들이 한국의 식생활문화에 끼친 영향과 업적도 대단하다. 그러니 이분들의 학문적 지식의 무게와 함께 책임도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에 '헛제삿밥'이 비빔밥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면 밥·국·찬·양념이 한 상에 주·부식 개념으로 나오는 대한민국의 전개형 식단은 다 비빔밥이라고 해야 옳다. 그리고 꼭 비빔밥의 카테고리에 넣고 싶다면 '비빌밥'이라 해야 옳지 않은가?

진주의 향토사학자 고 김상조 선생은 생전에 전주의 비빔밥을 '부뷤밥'이라고 했다. 이유인즉슨, 전주비빔밥은 원래 '우선 쇠머리를 푹 끓여서 굳은 기름은 걷어 버리고 쌀을 넣고 밥을 고슬고슬하게 짓는데, 밥이 한 물 넘으면 콩나물을 넣고 뜸을 들인 후 더울 때 참기름으로 무친다'(1968년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로 되어 있다. 그릇에 담긴 밥 위에 비빌 찬거리와 양념이 올려져 나오는 '진주비빔밥'과 달리 밥을 할 때 뜸들이기 전 콩나물을 넣고 뜸이 다 들면 참기름을 넣고 가마솥 안에서 비벼 나오는 전주비빔밥과 차별화를 위해 붙인 이름이라 할 수 있겠으나 조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논거다.

옛 중국 문헌인 <자학집요(字學集要)>에 나오는 골동반의 예를 들어 그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1800년대 말엽에 발간된 요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한자로 '골동반(骨董飯)'이라 쓰여 있고, 한글로는 '부뷤밥'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를 들어 일부에서는 비빔밥이 중국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문헌<자학집요(字學集要)>에는 골동반 짓는 법이 "어육 등 여러 가지 것을 미리 쌀 속에 넣어서 찐다"고 했고, 우리 요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소개된 내용은 비록 한자로는 '골동반(骨董飯)'이라 했지만 이미 지어놓은 밥에 나물·고기·고명·양념 등을 넣어 참기름과 양념으로 비빈 것을 말한다.

조리학적 측면으로 볼 때 전혀 다르다. 그러나 이 또한 개연성을 연구해 볼 여지는 있다.

우리는 지금 영양학, 조리학 등은 있지만 식생활문화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가 없다. '반풍수 집안 망치고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의 식생활문화가 지극히 누더기가 되어 가고 있다. 지자체들은 지역의 향토 음식을 미화하기 급급해 궁중음식을 들먹이며 포장하기 바쁘고, 지자체와 밀착된 학계 교수들은 비위 맞추며 포장하기 바쁘고 학자들은 학자대로 책임 의식 없이 언론에 논거가 불충분한 글을 발표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이러니 제대로 된 한식의 스토리텔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가면 한식의 스토리텔링을 볼 수 있지만 나열식이며 종속적인 부분이 많다. 어차피 시작한 것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용어정리조차 안 된 한식 세계화의 갈 길 아직 멀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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