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우리 생명·식수 지키는 것, 당연한 권리"

낙동강 사업은 완공된다 해도 틀림없이 복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낙동강은 포기할 수 없는 경남도민의 식수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세대만 쓰고 나면 그만인 식수가 아니라 선조들이 마셨고, 지금 우리가 마시고, 미래 후손들이 마시면서 살아야 할 생명수가 바로 낙동강입니다.

◇정부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합니다 = 그러면서 3조 원을 들여 부산시민 식수원을 남강댐과 지리산댐(신규 건설 추진)으로 옮기는 정책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식수원에서 부산까지 물을 공급하려면 지리산 자락을 무너뜨리는 댐은 물론 총길이 230km의 관로도 만들어야 합니다.

낙동강 살리기라면서 왜 부산시민의 식수원을 먼 곳으로 옮기려 할까요? 잘 살린 낙동강 물을 부산에 못 주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아니라면 이것은 예산 낭비 정책의 전형입니다.

지금껏 낙동강 물을 마셔 왔는데 이것을 살리겠다니 난감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마신 낙동강 물이 살아 있는 물이 아니었다는 말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영남권 주민에게 수 조 원을 들여 살려내야 하는 죽은 물을 천연덕스레 공급해 온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걸어야 할 판입니다.

◇보통 대도시는 큰 강을 끼고 발달합니다 = 식수 등 용수 공급이 쉽고, 물류 등 경제 활동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낙동강 주변으로 대구·부산 같은 대도시가 발달했고 대규모 공업단지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문제는 밀집된 공업단지에서 유해 물질 배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구·구미·진주 등 낙동강 수계에 특정 유해물질 배출업소가 386개나 있습니다. 이러한 유독성·난분해성 물질 취급 공장에서 배출된 악성 폐수로 1980년대 후반부터 오염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지난 10일 찾은 함안보는 어느덧 소형 댐의 모양새를 제법 드러낼 정도로 공사 진척이 이뤄져 있었다. /블로거 달그리메

1991년 3월 구미 두산전자의 페놀 유출, 92년 대구 비산 염색공단의 악성 폐수 배출, 94년 1월 벤젠 등 유기용제류 유출(수돗물 악취 발생), 94년 6월 대구 성서공단 폐유기용제 배출, 2008년 3월 경북 김천 공장 페놀 유출, 2009년 1월 구미공단 다이옥산 폐수 배출 등 열거하기에도 숨이 찹니다.

식수원인 낙동강은 오염 사고에 취약합니다. 폐수 배출 오염사고에 대한 취약성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염원에 대한 개선이 아니라 토목공사만 하겠다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낙동강사업은 수 조 원을 들여 물길을 막아 댐을 만들고 강바닥을 2~4m씩 파내는 토목공사입니다. 오히려 물길을 막아 수질을 더 악화시킵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62만여 톤의 공장폐수는 낙동강 사업으로 만들어지는 8개의 댐에 가둬집니다. 낙동강 수계 공장에서 쓰는 유해화학물질이 무려 4만여 가지나 되지만 전혀 걸러지지 않고 낙동강으로 투입된다는 사실이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규제 조치도 전무합니다. 정부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고, 오염원으로부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 절대 아닙니다.

◇혹자는 낙동강 모래톱이 물길을 막거나 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 모래톱을 무심코 걷다보면 늪처럼 발이 푹 빠져 어른들도 놀란 나머지 "엄마야!" 소리를 지릅니다. 모래가 물길을 끊는 것이 아니라 모래가 물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민둥산은 비가 오면 산사태를 일으키고 빗물이 바로 계곡을 따라 강으로 들어가 한꺼번에 불어나서 주변에 침수 피해를 줍니다. 하지만 산에 나무를 심으면 뿌리가 산의 흙을 움켜쥐는 역할을 해 산사태를 막을 뿐 아니라, 숲이 물을 품어서 홍수를 예방하고 가뭄이 들면 물을 조금씩 내보내 해갈에 도움을 줍니다. 누구나 다 아는 자연 상식입니다.

낙동강의 모래는 숲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특히 모래는 오염된 물을 돈 한 푼 안 들이고 정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런 모래를 썩었다는 둥 물길을 막는다는 둥 억울한 말들로 다 퍼내는 사업이 바로 낙동강 살리기 사업입니다.

◇최근 낙동강살리기 사업 때문에 월동 두루미가 예년의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하였다고 합니다 = 두루미는 주로 낙동강 모래톱에서 휴식하고 주변 농경지에서 먹이를 먹습니다. 모래가 사라지고 강변 전체가 공사판이 되니까 앉을 곳이 없어졌고 주변 농경지는 준설토 처리장으로 매립되어 먹이터까지 사라졌습니다.

지금껏 낙동강에 기대어 살아왔던 많은 동식물들이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던 강물이 오염되면서 식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도민 권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지역 정치인들은 어떠합니까? = 한나라당이 대다수인 경남지역시장군수협의회와 도의회는 당리당략에 따라 4대 강 사업을 무조건 찬성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사업으로 말미암은 피해 주민이 있는데도 시장·군수, 도의원은 외면합니다. 피해 주민을 한 번 들여다보는 것조차 자칫 사업 반대로 비쳐 미운털이 박힐까봐 노심초사한 탓입니다. 내숭과 눈치 보기, 줄서기가 당연시되는 집권여당, 한나라당이 경남도를 멍들입니다. 108만 창원시민이 낙동강 물을 먹습니다. 박완수 창원시장은 어땠습니까? 수질을 걱정하며 낙동강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토론 요구는 일거에 묵살했고, 정부가 경남도로부터 사업권을 회수하겠다고 하자 찬성 기자회견을 하는 등 한나라당의 당리당략에 철저히 복종했습니다.

2011년 정부예산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 예결위 위원장을 맡았던 마산 을 출신 이주영 국회의원은 어땠습니까?

4대강 사업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야당과 국민 목소리를 외면하고 당리당략에 충실했을 뿐 아니라, 혼란을 틈타 서민 복지 예산을 갈취해 자기 지역구 예산을 늘리는 데만 혈안이 됐습니다. 지역구 주민 위한 예산 따오기 노력이 이해는 되지만, 복지 예산을 무자비하게 삭감하면서 이를 노리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서민 복지 예산이 무엇입니까? 사회적 취약 계층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당리당략에 좌우되는 정치인, 치적과 명분에 눈이 멀어 보호해야 할 것을 버리는 정치인, 주민 피해를 외면하고 윗사람 비위 맞추기만 하는 정치인! 우리는 이런 정치인을 똑똑히 기억해 더 이상 정치를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정치인을 계속 정치판의 좀비로 살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됩니다.

◇낙동강사업 반대는 '정의'입니다 = '정의'는 국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키는 한나라당이 함부로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낙동강사업 반대는 낙동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뭇 생명을 위한 그야말로 정의로운 행동입니다. 우리의 생명, 식수를 지키기 위한 지극히 정당한 요구이고, 당연한 권리 찾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2011년에도 낙동강을 지키는 일을, 결코 정의롭지 못한 정부의 4대강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임희자(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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