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기른 채소 기부하는 창녕 배종영 할아버지

"저기 혹시 배종영 할아버지 아세요?"

"누구요?"

"배추·무 농사지어서 차 한가득 봉사단체에 나눠주는 분이라던데요."

"그 할아버지 말하는 갑네. 만날 큰 오토바이 타고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할아버지."

"그래요? 행복을 나누는 사람이라는 봉사단체에서 활동한다던데요."

"맞네. 봉사단체는 모르겠고 그 할아버지가 행복을 나누는 사람은 맞아요."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동안 동네주민과 나눈 대화다. 얼마 후 아니나 다를까? 헬멧을 쓰고 큰 오토바이를 탄 할아버지가 코앞에서 내린다. 올해 일흔 셋의 연세에도 꼿꼿한 허리에 헬멧을 쓴 모습에서는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할아버지의 봉사활동은 2년 전 창녕요양원에서 한 스님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그전에도 인격 무시는 못 참아도 돈으로는 뭐든 양보하는 성격이었지만 봉사 방법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길곡면민이 함께 사용하는 휴게소의 여름 에어컨비를 자청해서 부담하는 게 도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창녕군 영산면 행복을 나누는 사람(연화사) 연우 스님을 만나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희귀병을 앓아 하루에 70알의 약을 먹는 스님이에요. 복수가 차서 배도 불러 있고 소화도 안 돼 하루 한 끼밖에 못 먹는 장애인이지만 주위 사람들을 못 도와줘서 안달인 분이에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절대 주머니에 100원이라도 남아 있으면 안 돼요. 할머니들 사탕이라도 사줘야 되지.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남은 삶을 스님과 같이 살고 싶었어요."

'행복을 나누는 사람'은 초등학생부터 40대 안팎의 회원이 대부분이어서 할아버지가 최고령 회원이다. 회원들도 봉사를 받아야 할 할아버지가 누구보다 봉사에 앞장서고 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무엇보다 직접 지은 배추·무·감자 등을 차 한가득 몇 차례씩 양로원이며 요양원에 기부해 '봉사하기 위해 농사짓는 분'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최근에도 배추 420포기를 소년소녀가장돕기 단체에 기부했다. 음주는 못해도 가무를 즐기는 할아버지는 양로원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한다. 너무 점잖은 모습에 상상할 수 없다는 말에 스님이 오늘은 특별히 차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정색을 한다. 그런 모습이 유머러스하다.

이렇게 힘들게 농사를 짓고 기부하면 할머니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내는 지금 자궁암 3기로 수술도 못하고 집에 있어요. 불자다 보니 스님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기부하는 걸 이해하고 있어요. 5남매가 있는데 자식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스님이 활동하시는 거나 생각에 천 분의 일도 못 미치고 있어요." 결국, 스님 이야기로 이어진다.

할아버지는 첫 인사 후 잠바 품에서 고이 접은 편지를 건넸다. 거기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스님의 백분의 일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조그마한 성의를 표시하였을 뿐인데 이렇게 온 세상에 알리게 됨을 가장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은 소망이 있다면 여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정을 나누어 가면서 맑고 명랑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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