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다니는 등산 그만! 이젠 나만의 길 개척

요즘 등산인구가 많이 늘었다. 곱게 하얀 바닥을 드러낸 등산로를 쫓아 걷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백대흠 이사장은 현재 산행인구 대부분이 가이드에, 등산로에, 이정표에, 표식 깃에, 기계(GPS)에 끌려가는 것이 현실이며, 지도는커녕 나침반도 없이 산행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기가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객체의 개념으로 산행을 하고난 후에도 그 산에 대하여 별로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독도법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산)을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자기가 계획한 코스를 찾아가는 것이다.

중고교 지리시간에 등고선이며 경도, 위도 정도는 배웠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정도는 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도 아마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숲 속을 가면 헤매게 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1999년 8월 창원에서 한국독도학교를 설립, 운영하고 2006년 한국독도법협회(건설교통부장관 142호)를 설립한 백대흠 이사장도 처음엔 이런 인식 때문에 힘들었다고 한다.

"20살, 무작정 산이 좋아 등산 클럽에 가입하고 산과 인연을 맺었어요. 어느날, 산악회 회장님이 가져온 지도와 군용 M1 나침반으로 위치를 알아보려 했는데 정확하게 찾질 못했어요. 그날부터 독도법을 연구해보겠다 마음먹고 공부를 하려고 하니 국내 어디에도 독도법에 관한 책을 구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 틈틈이 연구하고 내용을 정리해 1999년 <실전독도법>이라는 책을 발간했어요. 이후 용기를 얻어 한국독도학교를 설립했는데 정작 사람들은 돈을 주고 독도법을 배우는 사람도 이상하고 돈을 받고 강의하는 사람도 이상하다는 인식이 많아 그것을 극복하는 게 처음엔 힘들었어요."

하지만 국내 최초 독도법 책은 의외로 반향이 컸고 재발행을 거듭해 현재 6000부가 판매되었다. 백대흠 이사장의 아들이 특전사 군 복무 중인데 독도법 교재를 보냈더니 부대에서도 '제대로 된' 독도법 책에 놀랐다는 반응이었다고.

그렇게 1999년부터 현재 4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독도학교는 16기까지는 잘 운영되다 그 뒤로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는 인원모집이 안돼 다른 방법을 모색 중이다.

백대흠 한국독도법협회 이사장이 직접 지도에 나침반을 놓고 산의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물은 99도의 단계를 뛰어넘어 100도가 되어야 끓기 시작하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독도법이 이론보다는 실제 산에서 직접 찾아가는 게 중요한데, 이론에서는 잘 따라하던 사람들도 막상 숲에 가면 모르고, 선생님과 같이 갈 땐 알겠는데 혼자 가면 모르겠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정작 독도학교를 나와도 소용이 없구나'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거지요."

그래서 백대흠 이사장의 최근 고민과 연구는 '쉬운 독도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민 끝에 2010년 7월 북쪽만 가리키는 막대형 나침반을 특허냈고, 한글나침반과 접목해 샘플까지 제작된 상태이다.

실제 10분이면 여자들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한글 나침반'으로 지도를 보며 길 찾기를 해보니 백대흠 이사장의 질문에 '장복터널이 몇 도 방향이다', '비음령에서 용추고개는 10도 방향이다'라고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이런 그의 노력은 독도법이라는 전문분야를 지켜가되 대중화를 꾀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다. 또한 후계자 양성을 위해 법인과 평생교육원 허가 취득, 강사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지자체 또는 교육기관에서 시행하는 평생교육프로그램 강사로도 참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지금도 2급 이상 강사자격증 취득자는 능력에 따라 강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고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산 속에서 독도법을 활용하는 것.

"처음엔 사람을 늘리려고 이론 위주로 했는데 그때 잘못했다 싶어요. 지금은 이론교육은 인터넷에 전부 공개하고 실습시간을 더 늘려 더 쉽게, 더 많이 알려줘 독도법의 참 맛을 알려주고 싶어요. 미지의 세계를 최소한의 장비로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 그 맛은 먹어본 사람들은 또 찾아서 먹고 주위에 추천하게 되어 있거든요. 독도법의 참 맛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산 속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독도법이 삶 속의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그의 고민과 참 닮아있다.

'독도법'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지도를 보고 표시되어 있는 내용을 해독하는 방법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나 산악인에게는 익숙한 말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말은 아니다. 심지어 독도를 지키기 위한 법쯤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단순히 산에서 길을 찾는 방법으로 지도를 읽을 줄 알고 나침반을 다룰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독도법협회 이사장이자 한국독도학교장인 백대흠(57) 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독도법은 모르는 사람은 안다하고 아는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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