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김해 아줌마 밴드 '해피밴드'

20대 "전 결혼해도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 거예요." 30대 "아이 키우고 나면 하고 싶은거 해야죠." 40대 "애들 대학만 마치고 나면 이제 해방이죠." 50대 "애들 시집·장가도 보내야 하고, 지금 뭘 시작해도 될까요?"

여성시대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여성은 드물다. 맞벌이에 가사에 육아까지 도맡으며 젊은 시절의 꿈을 꿀 시간조차 없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저도 그랬어요. 음악선생님인 아버지 영향 탓에 음악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가정형편상 못했어요. 서른살에는 마흔살이 되면, 마흔살이 되니 쉰살이 되면 하고 생각만 하다가 쉰살이 넘어서도 몇년 후에야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을 용기 내어서 시작했어요."

지난 11월 13일 김해시 진영 한빛도서관 공연장에서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김해지역 아줌마 밴드 '해피밴드'의 리더 한은주(54·드럼) 씨의 말이다.'해피밴드'는 한국연예예술인협회 김해지회 문화교실에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문을 두드린 5명이 모여 결성된 그룹이다. 명품가구를 운영하는 한은주 씨를 비롯해 간호사인 홍경옥(54·일렉기타), 금성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이연옥(48·일렉기타), 학원 영어교사 유정주(42·보컬 겸 일렉기타), 영어교사 배효정(37·키보드) 씨가 그 주인공이다.

악보도 못 보는 초보 아줌마들,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쳐

윗줄 왼쪽부터 보컬 유정주 씨, 김성훈 연예예술인협회 김해지부장, 일렉기타 홍경옥·이연옥 씨, 드럼 한은주 씨.

김해문화의 전당 무대에서 기타연주 경험이 있는 이연옥 씨를 제외하고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악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찾은 곳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들의 '끼'를 발견한 김성훈(한국연예예술인협회 김해지회 지회장) 선생님 덕에 1년도 채 되지 않아 첫 공연을 하는 영광을 맞았다.

"9월에 밴드를 결성하고 2개월 동안은 가족여행도 포기해가며 밤 10시 넘어까지 정말 공연만 생각했어요. 다들 직장이 있으니 이중삼중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요. 일렉기타의 경우 기타 자체가 무거워서 어깨도 많이 아프고 손가락이 까지기도 하고…. 그래도 그때는 즐겁고 피곤하지도 않았어요. 지금은 또 잊을 수 없는 추억이고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죠."

모두들 입을 모아 그때를 회상하며 설렜던 마음을 전한다.

매일 밤 10시까지 맹연습…결성 두 달만에 공연까지

   
 
처음부터 '해피밴드'는 공연이 목적은 아이었다. 그냥 젊은 시절 꿈이었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김 선생님의 도움으로 공연까지 열게 되니 어깨가 산이 높은 줄 모르고 으쓱해졌다.

"공연 준비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았는데 공연을 본 후 '엄마가 제일 잘하더라'는 말 한마디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선생님, 정말 멋져요'하는 말 한마디가 그간 긴장과 힘듦을 삭 녹여주었어요. 자신감은 배가 되었어요. 5년 후에는 해피밴드만의 단독공연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이들은 잘 하지 못하는 공연이라도 60대, 70대 어르신들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10년 후 노인이 되었을 때에도 같이 노인된 친구들에게 음악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첫발을 뗀 것만으로도 만족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유정주 씨는 "아이가 아직 어리다보니 연습하러 올 때 발목을 잡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부모가 하고 싶은 일을 열성적으로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 좋은 교육"이라며 부모가 자식만 바라보며 뒷바라지 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게 서로에게 좋다고 말한다.

'해피밴드'에게 지난날 품었던 꿈을 회상만 하는 주부들에게 용기내는 한마디를 구했다.

"생각만 하던 일을 막상 시작하고 나니깐 생활에 큰 활력이 되어 다른 일도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음악은 나이와 가정 형편 등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어요. 늦게 시작한만큼 실력이 늘지 않아 가마솥 같은 우직함도 필요하지만 도전이 반이에요.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세요."

그리고 왜 '해피밴드'라고 그룹이름을 지었는지 묻지 않았다. 자신감이 넘치는 여성 5명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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