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랄수록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2학년 짜리 둘째는 아직도 “꽃이 왜 빨개.” “나비는 어떻게 날아.” 등 깜찍한 질문을 해대지만 4학년 큰 애는 벌써 시큰둥하기만 합니다.
학년이 높아지고 아는 게 많아질수록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아질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보다는 물으면 기계처럼 바로 답하게 길들이는 데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도 궁금증을 일깨우지 못합니다. 받아쓰기 틀린 것 10번 써 오너라, 일기 쓰고 그림 그려 오너라, 수학익힘책 다섯 쪽 풀어오너라 따위가 대부분입니다. 더구나 구슬 꿰기나 가족 신문.주머니.장난감 만들기는 결국 부모 몫이 되기 십상입니다.
이런 것은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실을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할 수 있습니다. 공식에 따라 하면 그만이거나 날마다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일 뿐입니다. 깊이 있는 관찰이 없다 보니 무엇이 왜 그런지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질문거리 찾기를 숙제로 내면 어떨까요. 잠자리를 살펴보고 왜 그럴까 알고 싶은 것 두 개쯤 찾아오너라, 엄마아빠랑 부엌일 함께 하면서 궁금한 게 무엇인지 찾아보지 않을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전기 밥솥이 어째서 취사에서 보온으로 저절로 넘어가는지 물었더니 잘 가르쳐 주셨어”라든가 “소금쟁이가 왜 물에 안 빠지는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발에 난 털 때문이라고 하셨어” 하고 즐겁게 말할 것입니다.
다른 업무도 잔뜩 쌓였고 학생 숫자도 많아 선생님은 부담스럽겠지요. 게다가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떠들지 말아라”는 말이 부모들 입에 달려 있을 정도로, 은근히 순응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도 어렵겠지요.
하지만 생기발랄한 아이들을 위해, 문제를 푸는 숙제에서 문제를 만드는 숙제로 발상을 바꿔보면 좋겠네요. 앞다퉈 말하느라 왁자지껄 좀 시끄러워지는 게 어디 문제인가요.
(박정민.여.36.마산시 월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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