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남대학교 예술대학 지하 조소과 작업실. 10대 소녀 12명이 한창 진흙을 빚거나 나무를 깎고 있다.
15~18세 또래인 이들은 창원시 북면 창원 여성의 집(관장 조현순)에 머물면서 오전 3시간 동안 국어.영어 등 지식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컴퓨터.미용 등 특기적성과 연극.음악.영상.탐험 등 테마학습을 하고 있다.
조각 테마 학습은 16일부터 시작해 10월 한 달 동안 매주 화.수.목요일 경남대학교에 찾아가 수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는 내달 1일 개교식을 갖게 될 범숙학교. 아직 인가는 받지 못했으나 전국 처음으로 가출소녀만을 위해 마련된 대안학교다.
대부분 좌절과 고통을 겪은 점을 고려해 교과과정도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짜여 있으며 공부나 시험에 대한 중압감도 주지 않는다는 게 학교 방침이다.
때문에 시험을 보는 대신 학습 내용 이해 정도에 따라 교육 과정을 통해 평가하며 학생들이 수준에 맞춰 자유롭게 이동식 수업을 할 수 있게 중.고교 구분 없이 ‘무학년 무학급제’로 지난 9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 유급과 퇴학 등 불이익을 주지 않는 방편으로 ‘수업일수 누진제’를 채택해 자유의사에 따라 학교를 떠났다가도 언제든지 돌아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있다.
인성 중심 교육이 이뤄지려면 규모가 작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정원도 20명으로 한정했다.
현재 관건은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 학교 이영숙 교사는 “경남교육청과 위탁교육기관으로 하는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전례가 없다는 게 걸리기는 하지만 교육법에 관련 규정이 있는 만큼 쉽게 풀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탁교육기관이 되면 가출소녀들이 원래 학교로 복학한 다음 범숙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는 형식으로 1년에 180일 이상 3년 동안 공부한 다음 원래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이 교사는 또 “제도권 교육을 대체하겠다는 성격이 강한 일반 대안학교와 달리 제도권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방황을 끝내고 사회로 나가게 될 때 필요한 졸업장 장만이 설립 목적의 하나”라며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은 잃어버린 자신감과 자존심을 되찾고 자율성과 책임감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 여성의 집에 3개월 이상 머무는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학교지만 원한다면 여성의 집에 있지 않는 가출소녀도 입학할 수 있다. 문의 (055) 298-8363, 8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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