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30) 독수리…세균번식 막고자 머리털 없이 진화

우리 가까이에 독수리가 참 많다. 경찰관 마크, 공군 보라매, 한화이글스 야구팀 독수리, LG 세이커스 농구팀 송골매, 가수 배철수씨의 송골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매사냥, 해군 함정, 공군 전투기, 독수리 5형제까지 참 많고 많다.

◇많고 많은 맹금류 이름 = 독수리, 매, 솔개, 송골매, 보라매, 황조롱이, 말똥가리 부르는 이름도 참 많다. 뭉뚱그려 맹금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맹금류는 수릿과와 맷과로 나눈다. 독수리나 참수리 같은 수리가 24종이고 매와 황조롱이 같은 매가 6종류가 있어 모두 30종류가 있다. 영어도 Eagle만 있는 것이 아니다. Eagle, Hawk, Vulture부터 영어가 짧은 내가 보니 한글 이름만큼 영어 이름도 많다. 독수리 중에서 가장 용맹한 검독수리는 Golden Eagle이고 경찰 마스코트 참수리는 Steller's Sea Eagle이다.

참수리(왼쪽)와 흰꼬리수리. /오광석(산청 신안초교 교사)

해양경찰 마스코트 흰꼬리수리는 White-tailed Sea Eagle이다. 참매는 Goshawk고 솔개는 Black Kite, 매는 Falcon이다. 콘도르(Condor)는 우리나라에는 살지 않고 주로 남미쪽에 사는 아주 큰 독수리다. 조류도감에 분류해 놓은 것을 보면 더 어렵다. 참매는 수릿과이고 매는 맷과이고 30종의 맹금류 이름이 왜 그리 헷갈리는지 그냥 봐도 모르겠고 책을 보면 더 모르겠다.

◇독수리와 대머리 독수리 Vulture = 독수리의 독자는 한자로 대머리 독(禿)자를 쓴다. 독수리의 생김새는 매나 수리와 비슷한데 뒷머리가 벗겨져 대머리라고 한다. 수리는 으뜸이란 뜻인데 독수리란 '대머리 모양의 으뜸 새'라는 뜻이다. 미국의 상징 흰머리독수리는 'bald eagle'이라 하고 대머리독수리라고 번역하는데 대머리가 아니고 흰머리수리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독수리는 머리가 벗겨진 수리다. 독수리는 살아 있는 짐승을 사냥하지 않고 죽은 동물만 먹는다. 생태계의 청소부이고 성자인 것이다. 머리를 처박고 살과 내장을 쪼아 먹을 때 머리에 피나 살점이 들러붙는 것을 막고 태양광선을 직접 받아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머리가 벗겨지는 쪽으로 진화됐다고 찰스 다윈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독수리 하면 떠오르는 만화 영화(일본 애니메이션)는 뭐니뭐니해도 <독수리 오형제>이다.

◇마스코트 독수리 = 경찰관 아저씨 어깨에 보면 경찰마크가 있다. 어떤 무늬가 있을까? 무궁화 그림에 참수리가 그려져 있다.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도 마크가 비슷한데 태극 문양에 흰꼬리수리가 그려져 있다. 강하고 용맹한 참수리는 경찰이다. 날카로운 눈으로 국민을 지켜주겠다는 경찰의 의지다. 해양경찰은 오랜 함정 생활과 신속한 구조를 할 수 있는 흰꼬리수리를 상징 마스코트로 삼았다.

◇군대와 독수리 = 군대에도 독수리가 아주 많다. 우리나라 해군 군함 초계정에 참수리함, 검독수리함이 있다. F-15 Eagle, F-22 Raptor, F-16 Fighting Falcon, F-117 Night Hawk 전투기에도 독수리가 많다. 공군이나 전투기 조종사 하면 보라매가 생각난다. 매사냥을 하려고 참매를 잡아서 길들이는데 참매 중에서 새끼를 길들인 게 1년 정도면 보라매, 2년 이상이면 '손에 익다'는 뜻의 수진(手陳)이고, 야생 어른 매를 산지니, 매 중 빛깔이 희거나 푸르면 송골매라고 한다. 보라매는 어린 매, 송골매는 사냥을 하는 어른 매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이번에 매사냥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앞으로 매사냥이 계승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 본다. 매사냥에서 주인의 주소를 적어 매 꼬리에 다는 것을 '시치미'라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자연과 생태계에 시치미 떼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스포츠와 독수리 = 프로 야구 한화 이글스 마스코트는 독수리다. 자세히 보면 우리 나라 독수리나 수리보다는 미국 흰머리수리처럼 생겼다. 대전은 미국에 있고 미국 프로 야구팀인가? 우리 지역에 있는 창원 LG 세이커스의 마스코트가 송골매다. 송골매하면 가수 배철수씨의 그룹 송골매가 생각난다.

◇조류계의 걸식 아동 고성독수리 = 고성에는 독수리가 많게는 300~400마리까지 올 때가 있는 데 고성 독수리는 독수리 조류계의 걸식 아동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리고 힘없는 약한 녀석들이 몽골에서 철원으로 오고 그 중 더 어리고 약한 독수리들이 철원에서 다시 고성으로 밀리고 밀려서 내려온다.

농약과 화학 비료로 땅이 죽고 그 땅에서 살던 생명이 죽으면서 생태계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던 맹금류가 이 땅에서 하나둘 사라져 갔다. 온 나라에 뿌렸던 쥐약으로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던 하늘의 제왕이 멸종의 위기에 몰렸다. 먹이를 계속 주지 않으면 독수리도 곧 멸종하게 될 줄 모른다.

/정대수(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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