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가 어려워지고 구조조정 바람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각 기관들의 예산 낭비는 여전하다. 부산국토관리청 산하 진주 국도유지사무소는 금년에 도로보수 공사를 하고, 상급 기관인 부산 국토관리청은 내년에 같은 지역을 통과하는 4차로 공사를 발주할 것으로 알려져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양산 삼성중학교에서는 구입한 지 1년도 안된 멀쩡한 교사용 책상을 컴퓨터 책상으로 교체하자 ‘전교조소속’ 교사들이 예산낭비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고 한다.



서민들은 경기가 나빠지고 때마침 불어오는 혹한 겨울바람과 맞물려 허리띠를 졸라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내년부터 확·포장공사가 확정된 구간에 같은 기관인 부산 관리청과 진주 국도유지사무소에서 하는 일이 이 모양이다. 그리고 삼성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이 돈은 본래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쓰여야 할 학교운영지원비를 교원의 책상구입으로 쓴 것으로 밝혀져 학부모와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이런 일이 어제 오늘 있어온 것은 아니다. 그럴 때마다 해당관서에 민원성 항의도 하고 불평을 해보지만 오래된 악습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명색이 기관마다 감사기관이 있지만 ‘가재는 게 편’이라 주민 민원이나 언론보도가 있을 때만 하는 척하다가 시일이 지나면 흐지부지되어온 것 또한 관행이었다.



이번 일만해도 진주 국도관리사무소측은 주민편의를 위해 도로보수를 하게 됐다고 하고, 현지주민은 1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양산 삼성중학교의 경우도 학교측이 근무환경개선을 위해 구입한 책상이라고 주장하나 정작 사용할 교사들은 예산낭비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행정이 선진국처럼 이해 당사자간에 예산사용에 대한 정보공개와 사용시기·방법에 대한 논의를 일상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하지 않고, 아직도 우리 행정은 집행책임자와 실무진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두 사건을 보면서 당면하게 처리해야 할 일은 혹 ‘주민편의’와 ‘근무환경개선’ 등을 빙자하여 돈을 챙기려는 관계자가 있었는지를 철저하게 가려내는 일이다. 그래야만 낭비성 예산을 해마다 양산하는 일이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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