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인심과 쫄깃한 막창맛 일품

땅거미가 질 무렵, 제법 싸늘해진 밤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이럴 때 좋은 벗이 전화라도 걸어올 양이면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곤혹스럽다. 그래서 오늘밤 소달구지(대표 박광배.양은정)를 찾는다.

소달구지는 숯불구이 전문점이다. 바람이 선선해진 요즘에 찾아야 제 맛인 소막창전문집. 벌겋게 달궈진 숯불에 철망을 올려놓고 막창을 척 걸쳐 구우면 그 냄새가 입맛을 자극한다.

누렇게 익어 가는 막창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양념이 숯불에 닿으면서 ‘지지~직’내는 소리조차도 입맛을 돋운다. 소주 한잔을 놓고 막창이 익기를 기다리는 건 차라리 고역이다. 이럴 땐 친한 벗과 주고받는 한마디 한마디가 막창을 대신할 수 있는 최고의 안주거리.

소달구지를 찾는 단골들에게 막창은 꼭 시켜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대표메뉴다. 열이면 열 소달구지에서 내놓는 그 쫄깃쫄깃한 맛에 반하지 않는 이가 없다. 양파와 키위.마늘뿐만 아니라 가지가지 채소와 과일이 뒤섞여 만들어진 소스에 절여내 향과 맛이 독특하다.

요즘이 제철인 개조개와 피조개.맛조개.소라.주꾸미.가리비.산새우 등 싱싱한 해산물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이른 아침, 바지런한 젊은 박 사장이 어시장에서 해오는 해산물은 숯불에 올려져서도 살아 꿈틀댄다.

주먹만한 조개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해서 구워먹는 맛이나 양념 안된 소라와 산새우.가리비를 구워 소주한잔에 곁들이면 그 또한 별미다. 요즘에는 장어를 숯불에 구워 초장에 찍어먹어도 그만이다.

이밖에도 소달구지에는 갈매기살과 삼겹살.뒷고기살 등 육고기가 나온다. 조개와 해물.꽃게.대구알탕도 있고 쇠고기와 김치전골도 있다. 혹시 저녁식사를 거른 사람이라면 밥한공기에 김치찌개를 먹어도 좋다.

소달구지가 사랑받는 건 맛도 맛이려니와 젊은 사장내외의 넉넉한 인심과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나 혹은 나이많은 손님이 찾아도 부담없이 술한잔을 건넬 수 있는 편안한 두 사장이 음식을 더 맛나게 한다.

인심도 그러한데다가 부담없이 먹어도 좋은 가격대도 매력이다. 막창과 산새우.주꾸미와 뒷고기가 섞여 나오는 소달구지 스페셜이나 개조개와 소라.주꾸미.산새우.송이버섯이 함께 나오는 해물스페셜이 1만5000원인데 세 사람이 넉넉히 소주3병은 나눠먹을 수 있다.

소달구지 가운데로 철길이 지나간다. 철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떼를 지어 앉을 수 있는 둥근탁자와 의자가 몇 개 놓여있고 들어서는 어귀에는 페치카가 자리잡았는데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이면 불을 지핀다.

소달구지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누렁소가 이끌던 달구지에 앉아 덜컹덜컹 비포장 길을 내달리던 어릴적 추억이 떠오른다. 소달구지는 중성동 코아양과 맞은편 족발골목에 있다. 5시30분에 문을 열어 새벽3시께야 마친다. (055)244-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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