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모 저모] 수험표 두고 고사장 착각하고…"친구들과 영화보고 싶어요"

다행히 올해 시험은 수능한파도, 부정행위 적발도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대신, 수험생이 고사장을 착각하거나 수험표를 가져오지 않는 등의 촌극은 어김없이 재연됐다.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던 18일 수험생들과 그 가족들의 모습들을 담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침 기온이 영상을 기록하는 등 다행히 '입시 한파'는 없었다.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몸을 움츠린 채 시험장으로 들어갔고, 이따금 이불 덮개나 보온병을 든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윤주영씨, 점수는요… 500점. 금욜부터 지옥다이어트다!" 경일고등학교와 경일여고 시험장 들머리에서 케이블채널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를 본뜬 손팻말이 눈길을 끌었다.

2011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일이었던 18일 오후 창원 한일전산여고에서 시험을 마친 한 수험생이 배웅나온 엄마에게 달려들어 안기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윤소영(21·창원시 의창구 동정동) 씨는 "2년 전 시험을 쳐봐서 알지만, 시험장 들어가는 교문 앞에서 가장 많이 떨렸기 때문에 동생을 응원하려고 왔다"면서 "동생이 방금 들어갔지만, 다른 수험생도 긴장을 풀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입실 완료 시각까지 피켓을 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또 "우리가 시험을 칠 때만해도 시험장 입구에서 힘껏 안아주며 격려하는 선생님도 제법 계셨는데, 오늘 그런 장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수능 문화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수능에도 어김없이 지각을 하거나 해서 허둥대는 수험생들이 있었다. 경찰이 기동력을 발휘해 수험생들을 안전하게 시험장까지 태워주는 지킴이 역할을 했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도내 23개 101곳 시험장 학교에서 모두 86명의 수험생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했다. 경찰은 70여 명의 수험생을 빈차에 태워주거나 순찰차 또는 경찰 오토바이로 시험장까지 데려다줬다.

○…챙겼다고 믿었던 수험표가 없다는 사실을 고사장에 와서야 뒤늦게 알아버린 밀양의 한 여고생은 눈물까지 쏟으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창원의 다른 여고생 역시 수험표를 깜박했고, 진주에서도 꼭 챙겨야했던 수험표를 집에 두고온 여고생이 있었다.

수험표가 없어 낭패를 볼 뻔했던 도내 10여 명의 수험생들은 다행스럽게도 경찰이나 주변의 도움으로 모두 무사히 시험에 응시했다.

○…오후 5시 5분 경일고와 경일여고 시험장을 '1등'으로 빠져나온 박철우(18·창원 용호고) 군은 "12년 교육과정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다"면서 "언어영역이 모의고사 때보다 어렵게 나왔고, 나머지는 배운 데서 다 나왔다"고 말했다.

딸을 기다리던 김동규(46·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씨는 "애가 매일 새벽 2시 30분에서 3시에 들어와 잠을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나 학교 갔었다"면서 "오늘만큼은 잠을 푹 자게 하고 싶다. 저녁에는 애가 좋아하는 고기를 사 줄 것"이라며 웃었다.

○…함양에서는 이철우 군수가 아침 7시 30분 함양에서 40년 만에 처음 치러지는 수능 시험장인 제일고교 입구에서 수험생들과 일일이 박수와 악수로 격려하며, 따뜻한 커피 등을 전달하면서 수능 시험 준비를 잘한 만큼 최선을 다해 대박이 나기를 당부했다.

○…비슷한 시각, 수능시험이 제2외국어와 한문만을 남겨둔 때,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일전산여자고등학교 들머리에는 부모 100여 명이 수험생 딸들이 밖으로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부모의 마음도 수험생들만큼 긴장의 연속이었다. 가포고 3학년 김유리 양의 어머니(57)는 교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39살에 낳은 늦둥이 딸인데, 도서관에 새벽 2~3시까지 머물다 집에 오는 문제로 어제 저녁까지도 약간 다퉜다"며 "평생 한 번뿐인 시험을 마쳤으니 어릴 적부터 꿈꿔온 디자인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험 스트레스가 한 방에 없어진 수험생들의 바람도 다양했다.

기쁜 마음에 취재 나온 사진기자를 붙잡고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부탁하던 김하나(19·무학여고 3) 양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모범 답은 수험표로 공짜 영화를 친구들과 같이 보고 대학 전공 준비도 조금씩 하고 싶다는 것이지만, 사실 비밀인데 술도 마셔보고 싶다"며 살짝 웃었다.

한편에는 실기 시험 준비로 아직 안심 못 하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김보윤(19·제일여고 3) 양은 "다 끝났지만, 그림 실기를 준비해야 해서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시험장 주변에는 예전처럼 학교 후배들의 시끌벅적한 응원전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담임 교사와 지인들이 수험생들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격려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동생 2명을 응원하러 시험장을 찾았던 박경후(32) 씨는 "그저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대학 말고,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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