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대학입시전형이 발표됐다. 내년부터는 대학입시가 특정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연간 계속된다. 바뀐 입시제도의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의 특차가 폐지되고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이원화된다. 대학들이 끊임없이 요구하던 대학별 지필고사는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해친다는 이유로 전면 금지된다.



지금까지 소수점 두자리까지 서열화하여 80여만명의 수험생들의 순위를 가리던 총점제는 폐지되고 수능성적을 9등급으로 나누어 면접이나 논술·학생부 성적 등을 다양하게 반영하여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선발방식에서는 올해까지 극히 일부대학에서 부분적으로 실시하던 수시모집의 비중이 확대되고 수시모집이나 정시모집과정에서 전형을 2~3단계로 나누어 학생들을 선발하는 다단계전형이 실시된다.정부수립 후 ‘대학별 단독시험제’로 시작된 대학입시제도는 대학연합고사·대학입학예비고사 등을 거쳐 무려 여덟 번째 바뀐다. 잦은 입시제도의 변경은 학부모와 수험생은 물론, 입시지도를 해야하는 교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수능성적의 반영비중을 낮춰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잦은 변경에 학생도 교사도 짜증스러워 하고 있다. 더구나 입시제도는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뀌게 될 것’이라는 불신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제도가 완벽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문제에 관해서 만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소수의 피해자도 없도록 해야 한다. 그만큼 입시제도의 변경은 중·고등학교의 교육내용이나 개인적인 삶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제도의 잦은 변경은 교육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철학도 원칙도 없이 특정 정권의 전시홍보용이 돼서는 안 된다. 정보화시대의 교육은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2002학년부터 시행되는 새 입시제도는 지금까지 전국의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던 방식에서 진일보한 방안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입시과열 방지와 사교육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다는 수능 9등급제는 1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수능의 대안으로 제시된 학생부나 추천서의 공정성·객관성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더구나 평준화지역과 비평준화지역·특수목적고와 일반계고교 사이의 학력 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교육부가 풀어야 할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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