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나라마다 자국에 맞는 나라의 격을 갖추기 원하며, 또 각 도시는 도시마다 시 격에 맞는 위상을 가지기 원한다.

그런 점에서 어느 나라 어느 도시나 우선으로 역점을 두는 것이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며 세수를 높이는 한편, 외자를 유치함과 동시에 외국의 관광객들이 와서 돈을 쓸 수 있도록 끌어들이는데 힘쓰고 있다. 참으로 당연한 노력이요, 의미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 우리의 주위를 살펴보면, 이러한 경제적 논리 속에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정서적 목마름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이 있다. 아름다운 금강산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음미하기보다 먹고 사는 문제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 표면적인 뜻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그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적 목마름은 더 커지고 문화 예술의 욕구도 더 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날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보다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이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넉넉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아무리 부강한 나라 경제적 수준이 높은 나라가 되더라도 정신적 문화적 욕구를 느끼는 것이 인간이며, 그것을 필요로 한다.

무한경쟁 속에 살고 있다. 다투어 경제적 창출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와 함께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다. 21세기 문화와 예술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별 탈 없는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생활의 일부이며 우리의 정서, 감정, 마음, 창조력, 상상력의 근원이요, 더 나아가 경제 활동의 원동력이다.

7월 1일 같은 생활권이던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돼 인구 108만 명의 메가시티 '대한민국 1호 통합 창원시'가 공식 출범했다. 이제 메가시티의 탄생을 자축하고 그 자체만을 두고 즐거워할 때가 아니다.

지방정부와 의회를 책임지는 이들도 누구보다도 먼저 창원시의 미래를 위해 계획하고 준비하느라 수고하고 계시리라.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도시, 경제적 인프라가 높은 도시, 수준 높은 문화 환경 등 시 격에 맞는 도시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추기란 쉽지 않을 테지만 시민들이 정서적·정신적 목마름을 느끼지 않도록 문화예술분야에 더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를 해주길 바란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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