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말고도 살고 있네요] 우포늪의 가을

◇소박하게 피어 있는 가을 들꽃 = 세진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길을 따라 미루나무 아래 제 1관찰대까지 걸어간다. 십 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길 곳곳에 가을 들꽃이 소박하게 피어 있다.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천천히 살피느라 발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뽕모시풀, 비수리, 조개풀, 환삼덩굴, 털별꽃아재비, 쇠무릎, 까마중, 흰여뀌, 닭의장풀, 수크령, 암크령, 산박하, 꽃향유, 익모초, 도깨비바늘, 나도미꾸리낚시, 쉽싸리, 강아지풀, 금강아지풀, 개쑥부쟁이, 억새, 물억새, 갈대, 주홍서나물, 달맞이꽃, 미국가막사리, 왕고들빼기, 개망초, 미국자리공, 뚜껑덩굴, 방동사니, 까치깨, 가시박, 한련초, 며느리배꼽, 나도송이풀…….

눈에 쉽게 보이는 것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며시 꽃을 피워낸 것은 또 얼마나 많을까?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는 것도 좋지만, 드문드문 핀 가을 들꽃을 보는 재미도 꽤 좋다. 우포늪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둘레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서 더 좋다.

(오른쪽부터 시계방향) 큰기러기, 쇠오리, 노랑부리저어새.

◇겨울 철새는 날아오고 = 여름부터 물 위를 덮고 있던 생이가래와 자라풀이 조금씩 사라진다. 풀빛으로 보이던 늪이 이제야 제 빛깔을 찾는다. 풀이 사라진 곳은 일찍 찾아온 겨울 철새가 자리 잡고 앉았다. 망원경으로 보면 정신없이 먹느라 바쁜 모습을 볼 수 있다.

쇠오리 무리는 작은 소리에도 놀라서 떼를 지어 날아오른다. 크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큰기러기는 무리를 지어 다닌다. 날 때도 물에 앉아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머리가 짙은 풀빛인 것은 청둥오리 수컷이다. 주걱을 닮은 부리로 물속을 젓고 다니는 노랑부리저어새도 보인다.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흰죽지도 꽤 있다.

◇서로 이어진 풀과 새 = 봄부터 가을까지 많은 풀이 잘 자란 덕분에 겨울에 찾아오는 새들이 편하게 먹이를 찾을 수 있다. 새가 먹고 배설한 것은 거름으로 돌아가 내년에 풀이 잘 자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또 새가 풀과 씨를 먹지 않으면 이듬해 너무 많은 풀이 자라나 생태계 균형이 깨지게도 된다. 이렇게 서로 이어져 살아가는 것이 바로 자연이고 생태계다.

사람은 우포늪에 있는 온갖 풀과 새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오늘도 많은 사람이 탐방로에서 내는 시끄러운 소리와 흙먼지가 우포늪 한 귀퉁이를 채우고 있다.

/박성현(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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