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국화는 한·중·일 삼국 공동 문화 코드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는 친일시일까? =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를 많이 알고 계십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는 친일 시인의 대표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왜 그냥 보면 아름다운 국화를 시로 표현한 것인데 친일시라고 할까요?

2차 대전 때 일본군 깃발을 보면 햇살이 퍼지는 일장기 닮은 깃발이 있는데 이건 햇살이 아니고 국화 꽃잎이라고 합니다. 일본 왕실의 공식 문양이 국화 꽃잎이 16개라고 합니다. 일본은 벚꽃보다는 국화를 더 사랑하는 민족입니다. 국화는 일본 왕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 여권 표지에는 벚꽃이 아니라 국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국화는 무병장수를 상징하죠.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는 일본 왕이 무병장수하길 바라는 시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거울 앞에서 선 내 누님같은 꽃"

"밑줄 좍…별표 3개"

"참고 견디는 인고와 절개의 상징" 하며 배운 아름다운 시가 이렇게 보면 정말 슬픈 이야기가 되죠. 더 자세한 것은 김환희씨가 지은 <국화꽃의 비밀>이란 책을 보면 좋은데 아쉽게도 절판이 되어 도서관에 가야만 볼 수 있답니다.

◇일본과 국화 = 일본 왕실 문장(紋章)도 국화, 일본 해상자위대 깃발 욱일기(旭日旗)도 햇살이 아니고 국화 꽃잎 16장, 일본 여권 표지 디자인도 국화, 일본 동전에도 국화, 일본 일등공로 훈장에도 국화, 화투 9월도 국화. '세일러 문'의 요술봉에도 국화가 있습니다.

국화를 모두 일본과 연결할 수 있죠. 그래서 서양사람들은 일본을 <국화와 칼>이라는 책으로 바라보는 듯합니다.

일본 왕실과 일본 사람이 좋아하는 꽃이긴 하지만 국화는 한·중·일 3국의 공동 문화코드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엮은 <국화>라는 책을 보면 한·중·일 3국의 공통된 문화로 국화를 이해할 수 있답니다.

   
 

◇화투 국화는 왜 9인가
= 화투에 국화가 그려진 패를 9라고 부르는데, 왜 9가 되었을까요? 10점 짜리로 쓸 수 있고 쌍피로 쓸 수도 있어 받으면 신이 나는 9쌍피 패가 있습니다.

국화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을 대표하는 꽃입니다. 중양절에는 국화주와 국화차를 마시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했다고 합니다.

9월 국화 화투패를 보면 9월 국화에 술잔이 그려져 있고 한자로 목숨 수(壽)자를 흘려 써 놓았습니다. 가을 국화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꽃이라고 합니다.

화투의 숫자는 음력 1월 2월 3월을 말하는데 음력 9월이 중양절 국화의 날이라서 국화 화투패를 9라고 한답니다.

◇왜 장례식에 흰 국화를 쓸까? = 장례식장에 가면 돌아가신 분에게 흰 국화를 바칩니다. 우리는 왜 돌아가신 분에게 흰 국화를 드리는 걸까요?

옛날엔 하얀 소복 입고 꽃상여를 타고 보내드렸습니다. 제 기억에도 고향 친구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마지막으로 꽃상여를 멘 것이 10여 년 전인데 최근에는 꽃상여가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장례식 때 하얀 국화로 장식된 장례식 이후로 흰 국화가 대중화된 듯합니다.

하얀 소복이 검은 상복으로 바뀌고 꽃상여의 연꽃이 하얀 국화로 바뀐 것은 우리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얀 국화를 장례식에 바치는 것은 몇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유학을 전공한 철학자 이창일씨는 그의 책 <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53가지>라는 책에서 기독교의 영향, 일본의 영향, 우리 전통 국화에 대한 사랑이라고 세 가지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가 기독교의 영향입니다. 기독교에서는 돌아가신 분에게 향을 피우거나 절을 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에서 흰 백합을 장례식에 놓는 것처럼 하얀 국화를 영정에 두고 기도를 드리죠.

두 번째 이유는 일본의 국화 영향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빨리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일본의 문화는 국화 문화로 대표됩니다.

세 번째로 우리 민족의 흰색에 대한 생각과 국화에 대한 생각입니다. 초상이 나면 하얀 소복을 입고 흰색은 장례식의 색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국화의 향기와 아름다움이 더해져 하얀 국화를 쓰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장례 문화를 만들면서 하얀 소복과 불교식 꽃상여를 서양식 검은 상복과 기독교식 하얀 꽃으로 바꾸는데 두 문화가 충돌하지 않는 것이 하얀 국화가 완충 작용을 했던 것입니다.

◇들국화는 어떤 꽃일까? = 집에 심어 기르는 대국이나 소국도 좋지만 길가에 보이는 들국화의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노란 국화는 산국과 감국이 있는데 산국은 1원 동전처럼 작고 흔히 볼 수 있답니다. 감국은 10원 동전만한데, 국화주를 담그는 귀한 국화라 그런지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흰색으로 어디나 잘 피는 쑥부쟁이는 참 보기가 쉽답니다. 들국화 중에 제일 크고 아름다운 구절초는 산 입구에 가야 볼 수 있어서 보려면 꼭 산으로 가야 한답니다.

/정대수(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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