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마산, 창원, 진해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새로운 통합시 명칭을 사용하면서 일단 긴 주소를 쓰게 되었다. 그래서 명함도 바꿨고 모든 자료의 주소도 바꿨다. 도시 전체에 널려 있는 각종 안내 게시판 등도 모두 교체되고 있다. 아는 이들이 고속도로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헷갈린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그보다 통합 창원시에 찾아온 당면한 제 문제들이 널려 있다. 즉 단시간 안의 양적 팽창, 비정상적 성장 균형, 3개 도시민 간의 삶의 풍요와 빈곤의 괴리와 같은 다양한 문제들과 상대적 박탈감 등이 충돌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3개 시의 조례, 규칙, 훈령이 통합되었고 조례에 근거, 운영 중인 문화예술계와 체육계, 사회단체는 통합 준비단의 조례 개정에 맞춰 법적 지위와 통합 등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재정통합 외에도 자치법규 정비, 전산시스템 일괄 구축, 공고 통합, 부서별 공인 정리 등이 뒤따르고 있다.

이 변화는 '통합'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예컨대 행정적으로 통합된 창원시가 그 여세를 몰아 관변단체를 비롯한 임의 단체에게도 '통폐합'을 권고하고 있다. 갑자기 지난 2월 12일 설날 연휴 전날 오후 4시 창원시청 3층 회의실에서 가졌던 간담회가 떠오른다.

창원미술협회, 창원문인협회, 창원사진협회의 이해당사자들이 1시간 동안 24명이 약 2분에서 3분 정도 주어진 시간에 맞춰 창원시에 가진 바람을 이야기하는 간담회였다. 설날 연휴 전날 오후 4시에 그렇게 다급하게 묻고 했던 간담회는 결국 통과의례가 되었다. 동원되었다는 생각이 나뿐이었을까?

그날 내게 주어진 약 2분에서 3분 정도의 발언시간에 통합이 되면 예술단체들도 화학적인 통합을 해야 하는 건지, 많은 예술 행사들도 통합하라고 할 것인지, 문화예술단체 통합관련 매뉴얼이 있는지를 물었던 것 같다.

물론 대답은 통합 매뉴얼은 없고, 화학적인 통합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었다. 그리고 지금 창원시는 관련 공무원들이 전화를 해서 민간단체 합병을 강요하면서 인센티브를 운운하고 있다. 통합 전에 문화예술단체에 이해를 구한 적이 없음에도 쉬운 말로 헤쳐모이라는 것이다.

우리 도시들은 왜 통합을 했을까? 1408년 창원 도호부 이후 602년간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동일한 생활권은 복원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상한 통합이다. 아무리 대의민주주의지만 시민들의 뜻을 묻지도 않고 시의원들의 동의로 시작한 통합이 이제는 문화예술단체까지 통합을 강제할 모양이다. 결국 한국미술협회 마산지부, 창원지부, 진해지부에서 9명의 가칭 통합대책위원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눴다.

통합 인센티브는 문화예술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문화예술단체에는 어떻게 배려해 줄 것인지, 기대하면서 이상한 통합에 대한 성토가 있었고, 지역특성을 고려하여 지부존속을 유지하는 선에서 의견이 정리되었다. 돌이켜보면 통합 창원시도 첫 번째 통합 인센티브로 5개의 구청을 두고 52명의 시의원을 뽑았지 않는가!

/황무현(마산대학 아동미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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