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낸 새책]]'꽃 피는 게' (송창우 시집 | 신생)

'우리 동네 논에는/ 개구리보다 게가 더 많이 산다/ 우리 동네 논두렁엔/ 들쥐보다 땅강아지보다/ 게가 더 구멍을 판다/ 햇빛에 타서 붉은/ 등에는 꽃이 피더라/ 농약을 쳐도 거품만 물뿐/ 피는 꽃에는 암술이 흔들리고/ 빤히 보이는 구멍 속에는/ 보이지 않는 길들이 있어/ 문득, 게가 된다면/ 길 끝에 나도 꽃피고 싶어라/ 암술 흔들리고 싶어/ 웅크리고 옆으로 걸어본다'  -<꽃 피는 게> 전문-

   
 
시집 속 제목을 보면 영락없는 바닷가 사람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시인은 부산 가덕도가 고향이다. 그래서 게, 꽃게, 등대, 섬 등 바다를 소재로 한 자연을 시적언어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최영호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를 이렇게 해설한다. "송창우의 이번 시집은 섬과 바다라는 '출렁이는' 자연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시인은 삶과 의식의 움직임에 따라 몸에 깃든 기억의 심층으로 내려가고 구체적으로 접한 섬과 바다를 새로운 시간의 영역 위에 재배치한다. 그런 점에서 시적 이미지와 화상들은 곧 시인의 삶에 깊이 혹은 멀리 박힌 바다의 편린들을 호출시킨 셈이다." 141쪽.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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