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주 완성도, 차별화 원동력

피아노를 위한 창작음악의 밤, 창작가곡의 밤(10월 12일), 현악기를 위한 창작음악의 밤(10월 13일)이란 주제로 문신미술관과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합포만 현대음악제.

독일 오스나브뤽 피아노 듀오와 중국의 첸시루에 의해 연주된 '피아노를 위한 창작음악의 밤'에선 진규영, 정주희, 진영화, 전욱용, 이진우, 오세일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진규영의 한국 전통음악의 리듬에 기반을 둔 피아노 듀오 작품으로 시작된 이날 연주회는, 창작음악임에도 관객들이 매 작품 집중하며 진지하게 감상할 수 있을 만큼 작품의 완성도는 높았고 연주력은 우수했다. 특히 뛰어난 집중력과 환상적인 호흡으로 완성도 있는 연주를 펼쳤던 오스나브뤽 듀오의 연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어 마산을 주제로 한 창작가곡의 밤에서는 김명현, 임지훈, 전욱용, 김호준, 공태진, 이형근, 니노미야 츠요시, 쿠보 타다시, 김지만, 백승태, 오세일, 진규영, 한정훈, 이근택의 신작 가곡들이 연주되었다.

대부분 조성가곡으로 가사의 의미를 담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고,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더욱 추상적인 스타일로 한국작가들의 작품들과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쿠보 타다시의 보칼리제는 유려한 선율선과 색채적인 피아노 반주의 활용으로 개성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였다.

다소 아쉬운 점은 피아노 연주회 후에 바로 가곡 연주회가 이어진 탓에 청중들의 음악회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떨어졌다는 것. 진지한 창작음악회를 연이어 감상하는 일은 정신적,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그런 면에서 청중들에 대한 배려가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 날, 현악기를 위한 창작음악의 밤에서는 일본의 아니 현악사중주단에 의해 한정훈, 이형근, 백승태, 임지훈, 임주섭, 김용규, 박인호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특히 두 현악기간의 호흡과 연결이 돋보였던 임주섭의 작품과 현대 푸가를 활용한 김용규의 작품, 그리고 수를 기반으로 작곡되어 다양한 음악적 텍스처와 음색을 향수할 수 있었던 박인호의 작품 등이 시선을 끌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합포만 현대음악제는 이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주요한 창작 현대음악제의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 음악제에서 담보될 수 있는 높은 연주적 완성도와 작품의 내실을 다져가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은, 다른 현대음악제와 차별화하는 내실 있는 음악제가 되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보인다. 경남 지역에서의 예술 창작음악의 장으로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창작음악 발전에 이바지하는 합포만 현대음악제가 더욱 풍성한 예술적 결실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음악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오세일(인제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