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내가 먹어 몸에 좋았던 음식만 선택해"

[주인공] 성공을 이끈 손맛 구민자 씨

박종순 기자 yard@idomin.com 2010년 10월 27일 수요일

35년 전 옛 마산 한일합섬 근처에 있었던 '소나무 초밥', 마산종합운동장 맞은편에 20여 년 전 문을 연 '마산곰탕' 등. 마산사람이라면 한번은 들어봤을 만한 이들 맛집은 '구민자(67) 씨의 손맛'으로 시작된 곳이다. '소나무 초밥'은 사라졌고 '마산곰탕'은 큰집에 물려줬다. 최근 그가 몇 년 만에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사거리(오리한마당 055-243-7275)에 터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다. 그가 지금껏 성공을 이끈 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었을 터이다. 음식점을 차리는데 있어서 35년간 변함없이 지켜온 것은 무엇일까.

   
 
  마산의 맛 터줏대감 구민자씨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사거리에 터를 잡았다. '오리한마당'에서 오리불고기와 오리매운탕을 만들고 있다. '내 몸에 좋은 음식을 손님에 내고 음식 만들 땐 항상 즐겁게 한다'는 게 그의 지론. 구민자씨가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우연히 오리탕을 3일 정도 먹었는데 기운이 돌기 시작했지. 35년 전에도 그랬지만 내가 먹어서 몸에 좋았던 음식만 선택했어. 오동동엔 특히 나이 많은 사람이 많이 오고 가잖아. 몸에 좋으면서도 술 한 잔 걸쳐도 좋은 '얼큰한 오리매운탕'이 참 좋겠다 싶어, 이 음식(오리매운탕)을 개발했지."

◇"음식 만들 땐 항상 즐거워···엄마 때문이지" = 고등학교 졸업 후 집안 살림을 도왔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나물을 무쳐보고 싶다고 졸랐다. 조물조물 무쳐내자 계모임에 온 어른들이 하나같이 "와 이리 맛있노"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된 엄마의 칭찬은 그를 더욱 요리에 빠져들게 했다. 냄새만 맡아도 맛을 낼 정도였다.

"그때부터 음식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지. 음식 만들 땐 항상 즐거웠어. 음악을 들으면 닭도 알을 잘 낳듯이, 내가 즐겁게 만들어야 음식도 맛있어. 기분이 나쁘면 딴생각이 나. 그러면 재료 양도 놓치거든."

◇박정희 대통령 전담 주방장의 솜씨, 어깨너머로 배워 =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남편이 근무하던 옛 한일합섬 근처에 '소나무 초밥'이라는 식당을 차렸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담한 집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메뉴는 냉면과 한식이었다.

"서울의 일류요리사만 불렀지. 당시 한일합섬에 있던 요리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밥상을 책임졌던 사람이었어. 당장 데리고 와서 주방장을 시켰지. 난 음식 냄새만 맡아도 뭐가 들었는지 알거든. 그때 최고의 요리사 너머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지. 밥 때마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어. 하루 두 끼를 먹는 이도 있었고, 이 집 밥 아니면 안 먹는다는 손님도 있었어. 요리도 예술이야. 끝없이 배우고 연구하고 창작해야 해.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지금 나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했지."

◇"공 안 들여 되는 일 있나…맛은 알아보게 돼 있어" = "20여 년 전에 마산곰탕을 열었지. 주변의 고기가 마음에 안 들어 새벽마다 부산국제시장에 가서 고기를 가져왔어. 첫 3개월은 너무나 힘들었지. 고기를 많이 쓰니 재료는 많이 들지, 소문은 덜 났지. 한 달은 몇백만 원 빚진다 싶더니, 한 3개월 있으니 여지없이 손님이 몰려들더라고."

집에서 하는 것처럼, 재료를 많이 넣고 온종일 내다보고 끓이고 걷어내고를 반복했다. 도가니탕엔 인삼도 넣었다. 얼마나 생고기를 알아보러 다녔던지 고기부위만 봐도 알아봤다. 등급도 구분할 정도였다. 당시 사람들로 북적이던 곰탕집 바로 옆에 또 곰탕집을 차릴 생각을 했던 건, 맛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주위에 운동선수가 많다 보니 곰탕 수요는 당연히 늘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음식점을 차릴 땐 주변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야 해. 그건 기본이야."

◇음식의 비밀은 '거짓말하지 않는 재료' = 음식의 비밀은 양념이다. 무엇보다 재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고추는 태양초요, 마늘은 남해서 가져와 직접 까서 쓴다. 고추장, 젓갈, 된장 모두 만들어 쓰고 채소는 새벽장을 이용하고 고추와 상추는 직접 밭에서 키워 쓴다.

"옛날 사람들은 마늘로 맛을 냈어. 좋은 마늘로 맛내면 조미료 필요 없어. 나물 빼고는 모든 음식을 마늘로 간을 해. 그게 내 비법이라면 비법이지."

   
 
◇마지막으로 '추억의 오동동'에 터를 잡다 = 불종거리 코아 뒤편이 구씨의 친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음식점을 열 땐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음식점을 시작할 때 남자가 군대에 가듯 각오를 하고 시작하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시장을 보고 목욕을 한 후 재료를 만져. 오동동은 추억이 서린 곳이야. 친가가 모두 음악을 했거든. 60여 년 전 우리 집에 조두남이 세 들어 살았어. 당시 피란와 있었던 거야. 항상 음악이 흘렀던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 어언 70을 바라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동네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

오리매운탕을 만들고자 뚝배기를 불 위에 올렸다. 오리뼈로 푹 곤 육수를 넣었다. 오리생고기를 듬성듬성 넣었다. 씹을 때 고소한 맛이 가장 많이 날 정도로 끓였다. 많지 않은 양의 고춧가루와 곱게 쓴 채소를 넣었다. 어느새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오리매운탕이 등장했다.

"오리기름이 정말 몸에 좋거든. 오리기름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봤는데 정말 고소하고 좋아. 오리기름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니 느끼함이 남더라고. 그래서 채소를 많이 쓰니 느끼함이 가시더라고. 채솟값이 비싸 힘들지만, 이게 내가 맛을 내는 법인데 어떡하겠어."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