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아파트 문화와 생태…부동산 가치보다 삶 터 둘레 환경 중요

사람이 사는 삶 자체가 자연과 생태계 일부였던 때는 집과 주거문화도 생태계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흙과 나무는 인간이 지구에 나타나 처음 집을 지을 때부터 재료로 쓰였습니다.

사람들은 사는 곳의 기후나 자연환경에 맞는 재료와 방법으로 집을 짓고 살아왔습니다. 굴피집이나 너와집, 초가집 따위 옛 조상이 살던 집을 보면 지역과 둘레 환경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시문화가 사람 삶을 이끌고, 집이 '삶터'라기보다는 '부동산 가치'로만 여겨지는 지금 도시나 집 어디에서도 자연과 함께 사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도시에는 아파트가 사는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도시뿐 아니라 도심 가까운 둘레에 새로 들어서는 주거 공간은 아파트 말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바다를 메우고 산을 허문 곳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아파트를 보면 그저 놀라운 마음입니다.

아파트가 멀리 보이는 논에서 자연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뉴시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산지가 많아 사람이 살만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1970년대부터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산업화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인구가 갑자기 늘어났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양을 많이 늘릴 수 있는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갑자기 늘어난 아파트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좁은 곳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생활쓰레기가 많이 생기고, 환경호르몬 같은 문제는 건강을 해칠 정도가 됩니다.

주거문화로서 아파트는 단순히 사는 공간의 문제만 해결했을 뿐 생활에 따라 생기는 다른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이 조금씩 나아지고 사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은 조금씩 모양을 바꾸어 갑니다. 사람이 사는 것만이 아닌 자연이나 환경을 배려한 문화공간으로 아파트를 지으려는 노력이 곳곳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차장을 지하에 넣고, 지상공간에는 생태를 고려한 조경을 하는 것입니다. 생태연못, 물이 흐르는 공간, 생태학습장, 황토산책로, 광장 따위를 갖춘 아파트가 경쟁하듯 생기고 있습니다. 둘레에 있는 자연을 그대로 아파트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곳도 있습니다. 이제 아파트 하면 성냥갑을 떠올리던 때는 지났습니다. 주거기능만을 위한 아파트에서 디자인과 환경을 배려한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게다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장치도 생기고 있습니다.

빗물을 재활용하는 아파트, 태양광과 열을 이용한 아파트, 바람을 이용한 아파트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에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인 아파트에만 허가를 내주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문화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시대나 환경에 따라 바뀌게 마련입니다. 주거공간에 대한 문화도 점점 바뀌어 환경과 생태를 고려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흙집이나 돌집 같은 자연재료를 쓴 집을 지으려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아파트 문화도 생태, 환경을 생각해서 편하고 포근한 공간으로 바뀌어 갑니다.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파트가 생태나 환경에 알맞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만들어진 연못이나 생태학습장 따위가 생태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도시와 아파트에서 사는 우리가 조금 더 둘레와 환경에 관심을 두고 참여해야 합니다.

머지않아 숲과 자연이 함께하는 아파트가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아파트 안에서도 아이들이 계절 바뀜을 알고,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 흐르는 맑은 냇가에서 고기도 잡고 헤엄도 칠 수 있는 모습을 꿈꾸고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박성현/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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