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수애 주연 '심야의 FM' 개봉

사랑의 계절 가을에 수애와 유지태가 만났다. 그동안의 연기 패턴과 두 사람이 풍기는 외적 분위기는 왠지 풋풋한 가을 로맨스의 한 장면을 연출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두 사람, 로맨스의 계절 가을에 스릴러 영화로 돌아왔다. 14일 개봉한 영화 <심야의 FM>에서다.

   
 
제한된 2시간…놈과의 사투…DJ-청취자 심리 추리 '볼만'

<심야의 FM>은 심야 라디오 생방송을 주제로 아나운서와 청취자의 심리전을 스릴넘치는 액션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거기에 가족 사랑의 섬세한 감정을 더했다.

새벽 2시 깨어있는 소수를 위해 아늑한 밤을 만들어주는 따뜻한 목소리의 아나운서 고선영(수애 분). 그는 뉴스 앵커를 그만두고 자신의 이름을 건 FM 라디오 영화음악 프로그램을 5년째 진행하고 있다.

겉으로는 완벽하고 빈틈없어 보이지만 싱글맘에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병에 걸린 딸 걱정에 마음 고생이 심하다. 결국 딸의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로 하고 마지막 방송을하고자 라디오 부스로 들어간 날 사건이 터진다. 생방송 도중 낯선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것.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방송을 하는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 가족을 죽여버리겠어!"

알 수 없는 남자 청취자의 장난같은 전화. 안 그래도 스토커를 극도로 경계하던 고선영은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줄 안다. 하지만, 그 남자가 과거 선영의 뉴스 클로징 멘트를 기억하는 등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남자는 휴대전화 화상통화로 밧줄에 묶인 고선영의 여동생을 '생중계'하며 자신이 보낸 선곡표대로 방송할 것을 요구한다.

그 남자 한동수(유지태 분). 과거 고선영의 뉴스 클로징 멘트를 기억하고,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이코패스다. 거기에 나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살인마가 아닌 영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소위 쓰레기 같은 사람들을 죽이며 밤을 지키는 영웅이 되고 싶어한다.

고선영은 그에게 잡힌 아이들을 살리려면 평소 방송처럼 진행을 하며 범인이 퀴즈처럼 내놓는 노래와 자신의 과거 멘트를 맞혀야 한다.

그동안 수애는 <가족>, <님은 먼곳에> 등에서 겉으로는 한없이 여려보이지만 강인한 내면을 가진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내·외면이 모두 강한 여성이자 엄마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족을 죽이겠다 협박에 이성을 잃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범인의 심리를 파악하려 애쓴다. 무표정하면서도 슬픔을 가득 담은 그녀의 풍부한 감정 연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했다.

   
 
유지태는 <올드보이> 이후 잃었던 비열함과 잔인함을 되찾은 모습이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 잔인한 살인도 무표정하게 하는 냉혹한 사나이가 된다. 순한 미소는 잔인성을 한층 더 극대화하는 묘한 역할을 한다. 그 역시 눈빛, 미소, 삭발을 한 머리모양 등 모든 부분에서 잔인함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의 구성은 다른 영화에서 많이 본 것들이다. 딸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엄마와 납치범의 대결은 이미 많은 영화가 다룬 소재다. 최근에는 김윤진 주연의 <세븐데이즈>(2007)가 그 맥을 이었다. 또 유명 방송인의 자녀 유괴는 설경구 김남주 주연의 <그놈 목소리>(2006)에서 선보인바 있다.

<심야의 FM>은 이처럼 자칫 뻔한 스토리 구성을 생방송 중이라는 장치, 스튜디오와 집안이라는 공간적 배경, 그리고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으로 극복했다. 마치 시한폭탄같은 공간적 시간적 제약이 극한 상황과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러나 제한 된 공간적 배경은 이내 중계차 이동을 통해 해소되고, 다시 길 위라는 오픈된 공간에서 새로운 극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때문에 범인이 처음부터 공개된 조건에서 극적 반전 없이도 영화 내내 늘어지지 않고 관객을 몰아간다.

또 스토커 역의 마동석과 작가 최송현은 자칫 무겁게만 보이는 영화에 훌륭한 감초 역할을 했다. 특히, 최송현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작가로 나와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하지만, 생방송이라는 상황을 강조하다보니 한동수가 사이코패스가 되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리지 못했다.

또 스튜디오 생방송 도중 중계차 이동, 긴급 상황에서 진행자 교체를 하지 않는 등 상식과는 동떨어진 내용 구성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영화를 만든 김상만 감독은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의 미술감독 출신으로 지난 2008년 <걸스카우트>로 연출에 데뷔했다. 이번 영화는 그의 두번째 작품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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