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전욱용의 우리시대 음악읽기 (4) 현대음악은 '이탈의 역사'

앞서 언급했듯이 19세기 음악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초기의 움직임은 다른 분야의 예술과 상호 교류하며 발전했다. 당시의 작곡가들과 음악가들은 19세기 낭만주의가 보여주었던 과장된 낭만성과 감성적인 음의 아름다움, 인간에 대한 심오한 철학 등에서 더 나아가 음악의 주제를 일상적이고 물질적인 것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세기에 발달한 물질문명을 음악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기계적인 음악, 기계에 의존하는 음악이 생겨난다. 기관차나 발전소 등 기계적인 것을 음악의 소재로 사용하며 낭만주의 감성과는 다른 음악적인 표현법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음악이 사회, 정치,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음악의 전체 역사는 19세기까지 보여주었던 독자적인 음악전통으로부터 점차적인 이탈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라는 아론 코플랜드의 말처럼 이전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19세기 말에 보여주었던 문명 발달의 장밋빛 희망은 사라지고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시각들을 직접적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들이 일어난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더욱 개성적이며 다양한 작곡기법과 음악 형식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음악은 이전의 음악에 비해 전위적인 형태를 갖추게 된다.

12음 기법에서 출발해 음정, 화성뿐 아니라 음색, 리듬, 다이내믹 등 모든 음악적 요소들을 수치적인 순열 조합을 사용해 음악화하는 작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음악이 작곡되고 연주되는 모든 순간을 우연적인 요소가 포함되도록 하는 '우연성의 음악'이 존 케이지를 필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어쿠스틱한 악기의 소리를 전자장치를 통해 변형시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 음악에 이용하는 전자 음악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 외에 스티브 라이히나 필립 글래스 같은 이들을 중심으로 미니멀 음악 등이 현대음악 가운데서 대중적 기반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특징 이면에 작곡가들은 음악을 통해 시대정신을 담아내고자 했다.

20세기는 고도로 발달한 산업 사회와 물질문명을 형성했지만, 동시에 인간성 상실과 환경파괴, 끝없는 전쟁에 의한 황폐화를 가져왔다. 작곡가들은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어법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런 사회현상들을 동시에 고발하고자 했던 것이다.

지난 12일과 13일 양일간 우리 지역 창작음악 축제 중 하나인 합포만 현대음악제가 창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합포만 현대음악제는 작곡가 진규영(한국작곡가협회 이사장), 박인호(ISCM-국제 현대음악협회 한국지부 회장) 등 우리나라 대표 작곡가로부터 우리 지역 젊은 작곡가인 김명현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곡가들이 다양한 형태의 음악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 시대의 사고를 소통할 기회이니만큼, 앞으로 이런 음악제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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