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의 비법 → 신선한 재료 아낌없이 '쏙'

'창원의 여의도'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 바로 경남도청과 창원시청, 상남동 인근이다. 밥 시간만 되면 '밀물처럼 나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직장인들의 단골집'이 있다. 여느 날처럼 별생각 없이 먹다가도 "도대체 이런 맛을 어떻게 내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곳이요, 외지손님이 오면 '두말없이 모시는 곳'이기도 하다.

과연 직장인들의 단골 맛 집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이들이 만드는 진국, 진미 속엔 '재료'가 있었다. 믿을만한 재료는 '맛에 대한 신뢰'다. 직장인들의 단골 맛집에는 "내 집에서 해먹는 음식처럼, 맛에 진심이 담겨있어야만 고객도 변함없이 찾는다"라는 진리가 담겨있었다.

◇물 좋은 복어만 사용 '동해복집'

김학률 동해복집 사장이 복어를 손질하고 있다.
참복, 밀복, 까치복…. 그날그날 나오는 복어종이 다르다. 동해 주문진, 삼천포, 용원 등에서 물 좋은 최고의 복어만을 산지중매인을 통해 구입해 육수를 낸다. 정갈한 육수에 즉석에서 복을 넣어 끓이는 복지리는 '20년 복 경력', 사장 김학률씨가 내세우는 메뉴다.

그의 맛 비결 속엔 '성의와 겸손'이라는 맛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김씨는 "불 조절 등 육수를 끓이는 과정부터 지리를 손질하는 것까지 '아기를 키우듯' 성의를 기울여야만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식은 농사를 짓는 것과 같아서 관성을 접고 겸손해야만 '여운이 남는 맛'을 낼 수 있다"고 재차 말했다. 내 음식에 대한 자만심을 버리고 같은 직종의 여러 가게를 둘러보고 좋은 점은 꼭 메모해 맛에 활용하려 노력하는 편이라고. 또 하나의 비법은 '표준화'다. 손맛만 믿으면 '맛이 달라졌다'며 단골손님도 발길을 돌리기 마련. 꼼꼼하게 '표준화 노트'를 작성해 언제나 와도 그 맛을 느끼게 하는 게 그만의 방식이다. 복지리메뉴에 함께 나오는 반찬은 삼삼하면서도 깔끔하다. '복지리의 시원 담백한' 맛을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서다. 주말 가족이 방문하면 일식집에서 맛보는 바삭한 튀김 한 접시도 맛볼 수 있다. 복지리 1인분 1만 2000∼1만 7000원. 복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예약문의 055-284-9951.

◇육수 맛은 질 좋은 고기 '푸주옥'

푸주옥에서는 36시간을 우려낸 육수로 음식을 만든다.

'진국'으로 소문난 곳이다. 이곳을 찾으면 입구에 있는 가마솥이 먼저 맞는다. 가마솥에 붙어 있는 숫자는 육수를 끓인 시간을 의미한다. 얼마나 끓이느냐에 따라 육수의 색이 다르다. 육수를 젓자 사태, 양지 등 건더기가 올라온다. 무려 가마솥의 절반을 차지한다. 주인은 떠오른 기름을 수시로 덜어내고 밤새워 36시간을 푹 우려낸다. 가스료만 한 달에 600만 원. 이 맛집이 자랑하는 '진국의 비결'이다. "옛날 어머니가 밤을 새워 고아주던 그 맛을 내고 싶었습니다. 오직 고기로만 국물을 내고 두 번만 우려내고 버립니다. 더는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집의 철학입니다."

국내산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고기는 호주산 4∼5년산만 쓴다. 이유인즉슨, 질적으로 가장 좋은 고기로 국물을 내야만 육수가 제대로 우러나기 때문이다. 대표 이정훈 씨는 "무엇보다 재료가 신선하고 좋아야 육수도 제대로 나오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씨는 "뼈는 고소한 맛을, 수육은 구수한 맛을 내기 때문에 비율을 잘 맞춰야만 감미로운 맛을 낼 수 있다"면서 "이 맛을 찾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비화도 털어놓았다.

연골에 붙은 고기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국물 맛 역시 걸쭉하다. 포장판매도 하는데, 집으로 가져가면 묵이 돼 있어 이 집의 진수인 '육수의 비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꼬리곰탕과 도가니탕 1만 4000원. 예약문의 055-266-4121.

◇산지 입증 바코드 '목포세발낙지'

이담희 목포세발낙지 사장은 신안지역 낙지를 재료로 사용한다.
맛집의 수족관에서,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신안'의 낙지가 꿈틀댄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참기름에 찍어 바로 먹는 세발낙지는 이 집의 인기 메뉴.

흑산도 산임을 입증하는 바코드 홍어는 생긴 모양부터 다르다. 붉은 기가 많이 감돌며 모양이 가지런한 칠레산과는 달리, '흑산도 경매법인의 바코드가 찍힌 홍어'는 색이 밝고 도톰하다.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매력적이며 탁 쏘는 맛이 강하다. 칠레산보다 가격이 2배 정도 되지만 맛을 아는 이들은 '흑산도 홍어'만 찾는다. 흔히, 맛의 진실은 '재료'에 있다고 말한다. 사장 이담희씨는 얼마나 청정한 곳에서 재료를 가져오느냐가 맛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낙지·홍어 등은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가 중요하다"며 "육질이 다르고 우러나는 맛이 다른 만큼, 제대로 먹으려면 산지확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목포세발낙지는 낙지, 홍어 외에도 제철이면 등장하는 어종이 수시로 손님상에 오른다. 그래서 단골손님들은 미리 예약해 찾는 편이다.

낙지는 미네랄 등 평소 부족하기 쉬운 영양분을 보충하기에 더없이 좋다. 가을이 제철이라 지금 먹으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맵싸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살짝 감도는 철판낙지볶음은 20·30대에 추천하는 메뉴다. 세발낙지는 시가로 받으며 산낙지철판볶음은 2∼3인분 기준 3만 원이다. 예약문의 055-262-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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