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전욱용의 우리시대 음악읽기 (3) 러시아와 프랑스의 작곡가들

쇤베르크를 필두로 한 베베른, 베르크의 신 빈악파의 노력으로 20세기 음악들은 19세기까지 계속되어온 서양음악의 화성적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악 세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오스트리아, 독일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음악들이 등장하는데 그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독일출신의 쿠르트 바일을 들 수 있다. 바일은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뮤지컬과 영화음악작곡가로 명성을 얻기 전까지 새로운 음악 운동의 기수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특별히 바일은 브레히트와 함께 음악극에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고, 당시의 사회, 정치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음악에 반영하면서 20세기 음악극에 큰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 출신의 많은 작곡가도 새로운 음악 변화에 앞장섰는데, 스크리아빈은 독자적인 화성법을 개척하면서 조성음악에서 탈피하려고 시도했다. 다채로운 음색과 복잡한 리듬을 사용하며 과거의 음악전통에서 벗어나려 했던 스크리아빈은 신 빈악파와는 또 다른 무조적인 음악을 제시하였다. 그는 신비화음이라는 자신만의 화성법으로, 불협화음과 조성에 관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인물로 평가받게 된다.

청소년기를 러시아 혁명으로 보냈던 프로코피예프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미국 망명, 프랑스로의 이주, 다시 소련으로 귀국하는 인생사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음악 세계도 변화시킨 인물이다.

젊은 시절부터 진보적인 음악성향을 보였던 프로코피예프. 대담한 조바꿈, 색채적인 관현악법, 복잡한 리듬 등을 보이다가도 대중적이고 알기 쉬운 어법을 보이면서 다양한 시도를 한 그는 러시아 모더니즘, 신고전주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등에 입각한 음악 세계를 보여줬다.

20세기 음악에 강한 영향을 미쳤던 음악가 가운데 한 명인 스트라빈스키는 <불새>, <봄의 제전> 같은 발레 음악에서 보여준 초기의 표현주의, 원시주의에서 신고전주의에로의 전환, 다시 말년에는 12음 기법에 영향을 받은 음렬주의의 작품을 보여준 작곡가였다.

또 한 명의 러시아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적인 기법에서 혁신을 가져온 작곡가라기보다 음악이 지닌 사상성, 정치성을 부각시킨 음악가로 주목받고 있다. 작곡가 자신은 사회주의 사실주의를 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는 하지만 상당수의 작품이 사회주의 사실주의를 바탕에 두고 작곡되었는데, 특히 그의 교향곡들은 정치성을 물씬 풍기기도 한다.

드뷔시의 뒤를 이어 프랑스에서도 많은 음악가가 현대음악분야의 개척자들로 등장했다. 젊은 시절 콕토나 피카소 같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다다이즘에 심취했던 사티는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많이 작곡한 작곡가이다. 그는 반낭만주의, 반인상주의를 주장하며 감정의 표출을 극도로 억제한 객관적이고 단순화된 표현을 통해 새로운 음악 세계를 펼쳤다. 초현실주의적인 음악 세계도 보인 사티는 같은 시대에 활동한 브뷔시나 라벨, 프랑스 6인조의 음악가들 외에도 메시앙과 불레즈 같은 프랑스 후배 음악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외에 사티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던 미요, 오네게르, 풀랑, 오릭 등이 결성한 프랑스 6인조도 현대음악의 한 경향을 형성했는데, 이들은 다조적인 음악과 음렬주의의 경향을 보이며 각자 개성적인 음악성향을 펼쳤다.

일교차가 큰 계절, 주위의 많은 사람이 감기로 어려워하기 도하며, 어떤 이들은 쌀쌀한 바람에 마음마저 차가워질 수 있는 계절인 듯하다. 이런 날 따뜻한 차 한 잔과 에릭 사티의 그 유명한 피아노작품 '짐노페디'를 들으며 잠시 사색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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